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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파루시아
ㆍ작성일	2023-09-24 (일)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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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공의와 인간의 죄
하나님의 공의와 인간의 죄
2023년 9월 24일 주일 오후 교리 설교
성경본문 : 출34:5-9; 롬5:12-21
설교본문 : HD 4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지난 주일에 ‘하나님의 의지’와 ‘인간의 타락’이라는 두 가지 구도에서 3주일 말씀을 살펴보았습니다. 하나님의 의지는 우리와 참된 결혼언약 안에서 사시는 것이었고, 인간은 이것을 발로 뻥 차버렸습니다. 그리고....그렇게 자신의 편에서 잘못한 인간이 다시 하나님께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에 이렇게 ‘예정론’이라는 후광을 잘못 사용해서 “어차피 다 하나님의 예정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잘못된 것임을 들었습니다. 운명론은 이교적입니다. 나는 책임이 없고 모든 죄악도 다 하나님의 조장 아래 놓여 있다고 믿는 것은 참된 예정론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난 주의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우리에게 선을 베풀고 계시고, 우리 편에서 전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죄악 가운데 살면서 파멸에 이르는 길을 택하였다는 점을 잘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1)‘하나님의 공의’와 2)‘원죄와 자범죄’라는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이 두 주제를 한 설교에서 다 듣고 섭렵할 수는 없겠지만 개론적인 내용은 충분히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겸허한 순종에서 나오고, 이 사실은 아담의 첫 범죄에서부터 그러했습니다. 교리문답 내용을 살피는 일을 통해서 주께서 복 주시기를 원합니다.

불순종과 하나님의 공의

1. 고의로

우리가 지난 주일에 살핀 대로 하나님의 의도는 우리가 하나님과의 언약 안에서 아름답게 사는 것이었으나 인간 편에서 이 언약을 깨뜨렸습니다. 이것을 9문의 내용으로 정리를 하면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행할 수 있도록 창조하셨으나 사람은 마귀의 꾐에 빠져 고의로 불순종하였다.”

즉! 우리가 죄로 말미암은 비참에 빠진 것을 하나님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실 때 ‘행할 수 있도록’ 창조했다는 데 있습니다. 책임은 하나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방금 읽었던 이 구절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를 하나 꼽는다면, ‘고의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죄라는 것의 근본적인 속성은 “우리가 충분히 순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하나님의 명령을 저버렸다”는 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고의로’라는 말을 잘 기억합시다. ‘고의로’라는 말에는 ‘의지적’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즉! 우리의 첫 조상 아담은 ‘유혹에 빠져’ 혹은 ‘실수로’ 하나님을 거역한 것이 아니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죄를 범한 것입니다. 아담은 길을 가다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마무리 된 맨홀에 빠진 것이 아닙니다. 아담은 (비록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 죄를 범했습니다.

교리문답의 여러 나라 번역판들을 살펴보면 교리문답의 저자들이 이 사실을 강조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의 번역판들에는 공통적으로 이 ‘의지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있습니다. 독어(mutwilligen)와 화란어(moedwillige) 모두에서 이 단어는 영어로 하자면 'willful', 즉 ‘의지적인 것’이 들어 있습니다. 독일어 단어 mutwilligen에 대해 독일어 사전은 “위험을 향하여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즉 교리문답이 여기에서 “사람이 마귀의 꾐에 빠져 고의로 불순종하였다”고 하였을 때, 이 말은 ‘어쩌다보니 실수로’ 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의도를 가지고 마음을 다 들여서 그 일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혹시 우리들 중에 아담의 범죄를 보면서 ‘아담에게 동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태도를 바꾸셔야 합니다. 아담은 피해자가 아닙니다. 아담은 하나님의 덫에 걸린 것이 아닙니다. 아담은 마귀가 꼬일 때 그것에 저항할 수 없었던(타락 전의 인간은 마귀가 너무 힘이 강하여 떨쳐 버릴 수 없는 위상이 아니었다) 것이 아닙니다. 아담은 말 그대로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호화로운 위치에 있었고, 땅의 군주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그를 ‘참된 의와 거룩’으로 지으셨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탄의 꼬임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하나님처럼 되어 보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으로 불타올랐고, 결국 금단의 열매를 범했던 것입니다. 즉 첫 범죄는 “고의적 불순종”입니다.

2. 하나님의 공의

따라서 여기에서 ‘하나님의 공의’라는 개념이 드러납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무엇입니까?

1) 의미

성경에서 공의라는 말은 주로 두 가지 단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속성에 대해 말할 때 공의를 ‘의와 공도’라는 단어로 표현을 합니다.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창18:19)

아브라함에게 설명된 ‘의와 공도’는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하나님 나라의 속성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란 하나님께서 가지신 품성이 그 나라에 구현되는 것이므로 하나님의 나라에 설명된 ‘의와 공도’가 바로 우리가 평소에 ‘하나님의 공의로우심’.... 할 때의 그 하나님의 품성인 것입니다.

이 ‘공의’는 이외에도 성경의 많은 곳에 나타납니다. 주로 하나님의 성품을 설명하고, 하나님 나라의 속성을 설명합니다. 이사야 9장 7절 말씀에도 보면, 오실 메시아...즉 그리스도께서 장차 오셔서 세우실 나라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그 정사와 평강의 더함이 무궁하며 또 다윗의 위에 앉아서 그 나라를 굳게 세우고 자금 이후 영원토록 공평과 정의로 그것을 보존하실 것이라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이 이를 이루시리라”(사9:7)

한글성경에는 아브라함 본문에서는 ‘의와 공도’라고 번역이 되었고, 이 이사야 본문에서는 ‘공평과 정의’라고 번역되었지만, 둘이 같은 단어입니다. 히브리어로 ‘의’라는 단어는 ‘체덱’ 혹은 ‘츠다카’라는 단어이고, ‘공도’ 혹은 ‘공평’이라는 말은 우리가 예전에 ‘재판’, ‘판결’이라는 단어로 많이 들었던 ‘미쉬파트’라는 단어입니다. 신약성경에서 ‘공의’는 주로 ‘디카이오쉬네’라고 합니다.

성경이 이렇게 ‘하나님의 공의’를 설명할 때 그것은 하나님의 속성이요, 따라서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하나님 나라의 속성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공의라는 말은 원래 ‘바름’, 혹은 ‘재판에서 옳다고 인정함을 받음’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법에 대하여 옳다고 칭함을 받는 요소’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나님께서 의로우시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하나님께서 자신께서 말씀하신 법에 부합하게 행동하신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의롭다”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법에 비추어 볼 때 그가 잘못이 없이 올바로 행동했다는 것을 칭하는 말이 됩니다. 이것이 ‘공의’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2) 공의의 몇 가지 파생요소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공의에는 몇 가지 요소들이 파생됩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공의로우시다는 것은 그분께서 정하신 법에 부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공의란 결국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율법이라는 것이 하나님 위에 있어서 하나님이 그 법을 따라 법을 제정하신 것이 아니고, 하나님 자신 스스로가 법의 제정자이시기 때문에 법의 성격은 곧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이것이 아주 중요한 첫째 요소입니다.

둘째, 그래서 법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묶으심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여러 번 배운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법 위에 군림하시기 때문에 법을 정해서 사람에게 강요하시더라도 자신은 무법자로 계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도 공의로우시다”라고 말합니다. 즉 하나님께서 자신의 성품을 따라 법을 제정하시지만, 하나님께서 그 법을 초월해서 아무렇게나 행동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 스스로가 자신을 그 법의 원리에 묶으십니다. 다르게 말하면 하나님은 비록 비천한 사람과의 약속이라고 할지라도 그 약속을 지키십니다. 하나님은 초법적으로 아무렇게나 행동하시지 않으심으로써 법 위에 계신 분께서 스스로 법의 속박 아래 묶이십니다.

셋째, 그래서 하나님의 공의란 징벌을 포함합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우심이란 법을 따르는 것, 정하신 것을 지키시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그 법을 지켰을 때의 상과, 그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벌이 응당 따르게 됩니다. 하나님 역시 이 조건에 스스로 해당되시지만 그분은 결코 법을 어기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 잣대가 대어질 때에도 여전히 표준은 같습니다. 사람 역시 이 법을 따르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공의’입니다.

넷째, 마지막으로...이 공의의 속성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도 나타납니다. 즉 ‘정죄’에만 공의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죄사함’에도 공의가 나타납니다. ‘죄’에 대해 “하나님 스스로가 피로써 죄를 씻을 때 속죄가 된다”는 것 역시 하나님의 법 안에 있기 때문에 공의를 말할 때 놀랍게도! 이 공의 때문에 정죄받은 죄인들이 이 공의 때문에 의롭게도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요한일서 1장 9절 말씀은 죄사함과 의를 이렇게 연결시켜 말했습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사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즉, 공의의 속성 때문에 죄인이 죽고, 반대로 공의의 또 다른 속성 때문에 죄인이 살게 됩니다. 만약 죄사함에도 공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죄 지은 인간을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죽으셨어도 우리 죄가 사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3. 이 공의가 ‘고의로’에 적용됨

자...그러면 다시 앞의 문제로 넘어가서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앞에서 아담의 범죄를 다루다가, 아담의 범죄가 ‘고의로’ 행해진 것이라면....즉 이것이 그의 의지의 행동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반드시 ‘하나님의 공의의 문제’가 촉발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께서는 공의로우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불순종에 대하여 죄의 책임을 물으십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죄악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충분히 주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고의로’ 범죄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공의의 문제가 촉발되지요? 하나님은 법을 주시고, 법에 대한 요구를 주시고, 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그것을 ‘고의로’ 어겼습니다. 그러면 공의가 요구하는 타당한 대답은 무엇입니까?

대답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공의가 하나님의 법에의 순종이며, 따라서 아담이 범한 죄는 완전한 죽음입니다.

그래서 교리문답 10문은 하나님의 공의를 정확하게 서술했습니다. 질문에서 “혹 하나님께서 이 불순종과 반역을 형벌하지 않고 지나치실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공의로우심’에 대한 질문입니다. 혹 하나님께서 자신의 법을 스스로 모른 채 하실 수 있으신가?....를 물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방금 공의에 대해 살폈듯이....하나님은 자신이 법 제정자이시면서, 자신이 그 법에 묶이시며, 인간에게는 자신이 공의로우신 대로 우리도 그 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모범적으로 법에 순응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을 어기는 것에 대하여는 형벌이 있습니다. 이 형벌은 하나님께서 심술궂으셔서 우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덫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완전히 공의로우신 분이시기 때문에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연입니다. 그래서 교리문답은 대답하는 것입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원죄, 자범죄 모두에 심히 진노하셔서 이 세상과 영원에서 의로운 심판으로 형벌하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에덴에서 행했던 범죄와 그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라는 차원에서의 대답입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분이시고 인간은 불순종하여 형벌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교리문답의 대답대로 하자면 이제 인류에게 남겨진 것은 ‘이 세상에서’, 그리고 ‘영원히’ 의로운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원죄와 자범죄는 무엇인가?

그리고 교리문답은 이 공의로우신 하나님과, 악을 행한 인간 때문에 일어난 일을 9문에서 설명하고 난 다음에 10문에 들어가면서 이 ‘하나님의 공의’가 어느 영역에 적용되는지를 ‘원죄’와 ‘자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설명합니다. 원래 10문에서 원죄와 자범죄가 주제로 제시된 것은 아닙니다. 10문의 주제는 질문 그대로 “하나님께서 이 불순종과 반역을 형벌하지 않고 지나치시겠습니까?”라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이 세상과 영원한 세상에서 의로운 심판으로 벌하시겠다”고 말씀합니다. 이것이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 주제는 앞에서 살핀 ‘하나님의 공의와 그에 대한 응당한 결과’로서 쉽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설교에서 두 번째 주제는 이 10문의 대답이 이 대답을 하면서 함께 다루고 있는 문제, 즉 이 하나님의 공의가 ‘적용되는 영역’....즉 어느 죄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공의롭게 행하시는가.....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교리문답의 대답은 “공의의 하나님께서 진노하시는 죄의 영역은 원죄와 자범죄 영역 모두에 대해서이다”입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자범죄를 중히 여기는 풍조

먼저....‘원죄’와 ‘자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것은 성인 성도들을 위한 것은 아니고, 우리 교회 아이들과 중고 학생들을 위한 것입니다. ‘원죄’란 아담이 처음 에덴동산에서 지었던 죄, 즉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하나님께 반역을 하게 된 죄, ‘죄’라는 것이 세상에 들어오게 된 원인이 되는 첫 사건....그것을 가리키고, ‘자범죄’란 그 이후에 이 ‘원죄’ 때문에 본성이 부패하게 된 모든 인류가 스스로 짓게 된 죄악들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원죄’는 아담이 지은 죄만을 가리키고, 이후 모든 인간들이 저마다 각각(우리도 포함) 지은 죄들을 ‘자범죄’라고 합니다(어린이들과 학생들은 숙지하세요).

그런데 교리문답이 왜 굳이 여기에서 “하나님은 죄에 대해 징벌하신다”라고만 말하지 않고 “원죄와 자범죄 모두에 대해 심히 진노하신다”라고 썼을까요? 그것은 역사적 상황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교리문답 작성 당시의 로마교회가 ‘자범죄’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잠깐 살피도록 합시다.

우리가 예전에 수요스터디에서 ‘도르트 신경’을 배울 때 ‘펠라기우스 주의’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펠라기우스는 어거스틴과 논쟁을 했던 고대교회 때의 유명한 이단입니다. 이 펠라기우스 주의의 교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교리 중에 “아담의 범죄는 영원한 형벌을 불러온 것이 아니고, 죄도 유전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와 정반대되는 것을 가르쳤지요.

그리고 펠라기우스 주의가 교회로부터 정죄당하자 ‘반 펠라기우스 주의’ 즉 절반 정도의 펠라기우스 주의가 나타났습니다. 로마교회의 교리와 알미니안 주의의 교리를 반 펠라기우스 주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교리들은 펠라기우스처럼 극단적으로 인간이 완전히 자유하다고는 주장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병든 정도’....그러니까 성경의 표현처럼 ‘죽어 있다’는 것이 아니고, ‘병든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타락으로 인해 인간은 원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고 여전히 마음 속에는 자유의지와 인간의 아름다움이 남아 있고, 따라서 누군가가 손을 끌어만 주면 언제든지 선을 행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펠라기우스 주의나 반펠라기우스 주의가 이렇게 믿을 때 그것의 결과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죄로 인하여 전적으로 죽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선을 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말씀을 따라서 사람이 죄로 인하여 ‘완전히 죽었다’고 하지만 이들은 “아니야! 사람은 완전히 죽지 않았어!”라고 말했습니다. 즉 이들은 ‘인간의 능력’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로마교회가 ‘원죄’와 ‘자범죄’에서 ‘원죄’를 최소화시키고 ‘자범죄’만을 강조하는 풍조를 낳은 이유입니다. ‘원죄’가 강력하게 인간을 모든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면 ‘자범죄’는 ‘원죄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로마교회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원죄라는 것은 사람의 전체 모습 중에서 ‘일부분만을’ 파괴했습니다. 인간을 ‘전적으로’ 부패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여러 부분 중에서 일부분만을 타락시켰습니다. 따라서 로마교회는 언제든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열심히 행위를 통해서” 그 부족분을 메꾸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 구원받고 죄씻음을 얻게 되는 것....비록 말로는 그리스도께서 하신다고 말할지라도 인간의 노력을 따라 얼마든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교회는 ‘원죄’를 희석시키고 ‘자범죄’를 강조합니다. 현세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고, 그래서 행위를 통해서 죄씻음을 받으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하고, 금식을 하고, 고행을 하면서....자기의 구원을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교리문답이 ‘원죄’와 ‘자범죄’ 모두를 강조하는 이유는 로마교회의 이러한 ‘자범죄’에 대한 강조....에 대한 반향인 것입니다.

2. 개혁신앙이 원죄를 더 중히 여기는 이유 : ‘부패’의 의미....‘흘러나옴’

그래서 개혁신앙은 성경말씀을 따라서 ‘원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범죄’는 ‘원죄’로부터 흘러나옵니다. 모든 원의(原義)가 이 원죄에 있습니다. 우리가 품고 행하는 모든 죄악이 사실상 그 뿌리를 아담이 처음 저질렀던 원죄에 두어져 있습니다. 로마서가 무엇이라고 가르칩니까? “이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5:12).... 성경은 우리에게 ‘한 사람이 지은 죄’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죄를 짓게 되었다고 강력하게 증언합니다.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 위에도 사망이 왕노릇하였나니”(롬5:14)....아담의 죄는 사망을 불러왔고, 아담과 유사한 죄를 짓지도 않은 사람들에게도 사망은 왕으로 군림합니다.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원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원죄’를 ‘부패’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패’는 ‘썩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아담이 우리와 별개로 우리에게는 전승되지 않는 자신만의 범죄를 저질렀다거나(펠라기우스 주의), 그의 범죄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우리의 일부분만을 타락시켜서 얼마든지 그것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여지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반 펠라기우스 주의) 믿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가 아담의 죄악 때문에 ‘병든 것’이 아니라 ‘죽은 것’(엡2:1)이라고 분명히 가르칩니다. 따라서 이 아담의 범죄는 인류 전체를 송두리째 ‘썩게’ 만들었으며, 더 이상 소망이 없고, 따라서 모든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을 반역하는 경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초적으로 ‘썩어’ 있습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자범죄들은 원죄가 저질러질 때 인류 안에 들어왔던 그 죄! 그 악에 기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로부터 썩은 물을 받아 탄생하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에게서는 선한 것이 나오지 않고 썩고 타락한 것만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는 바이며, 교리문답은 이 사실을 강조하기 위하여 “원죄와 자범죄 모두에 대해” 하나님께서 진노하신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3. 관계의 언어에서

정리하면서 이 사실을 지난 주에 들은 말씀이었던 ‘관계의 언어’라는 측면에서 정리해 봅시다. 원죄가 무엇입니까? 왜 원죄로부터 우리의 모든 죄와 악이 흘러나옵니까? 원죄는 바이러스 같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파괴’입니다. 관계가 파괴되어 그분으로부터 떠났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는 선한 것을 산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자범죄가 원죄에 뿌리 박고 있다는 것은 어떤 전염적인 물질이 원죄에 있어서(죄의 전염) 그것이 우리의 핏속을 타고 흐른다....고 생각하기보다, 원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뜰에서 내어 쫓겼기 때문에, 태양의 근원에서 내어 쫓겨 어둠에 앉아 있기 때문에, 빛을 상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역시 관계의 언어입니다. 우리가 죄 가운데 전적으로 부패하여 죽어 있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끊어져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