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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파루시아
ㆍ작성일	2023-12-24 (일)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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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때 죽은 신자의 자녀들

2023년 12월 24일 주일 오후 교리설교
성경 봉독 : 신 29:9-13
설교 본문 : 도르트신조 Ⅰ-17

뻔한 위로 & 참된 위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뻔한 위로'를 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새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사업성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그런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이 새로 사업을 시작한 방식은 너무 무모하고 어리석어서 곧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개업식에 축하 인사를 한마디 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때 내가 아무리 솔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 가서 “뭐 새로 시작한 사업은 참 축하합니다만 이 사업은 반년이 못 가서 망할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마 그 자리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 크게 축복하는 축하 인사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여러분이 아주 저명한 암 치료의 전문가인 의사라고 생각해 봅시다. 평생을 고생하다가 이제 가세가 좀 펴서 온 가족이 약간 행복해지려고 하는 어떤 가정의 가장이 불현듯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지금 내 앞에는 그 사람의 MRI 촬영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지금 이 사람은 췌장암 4기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의학 지식으로는 이 사람은 3개월 안에 반드시 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로서 나는 이 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당신은 3개월 안에 반드시 죽습니다." 이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가능성이 낮아도 최선을 다해 치료하면 나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아무리 무언가를 분명하게 알아도 아는 그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사회생활 속에는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사회생활 속에서 많이 만납니다. 우리는 자주, 잘되지 않을 것이 뻔해 보여도 "잘될 거야."라고 말해 주어야 하는 상황을 만나고,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 분명하더라도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해야 하는 상황도 만납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위해서 아무리 명확하고 분명한 사실이더라도 말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지만 해 주어야 하는 때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의 단면 중 하나입니다. 이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는 정직하겠노라고 마음에 내키는 대로 말하는 사람은 '솔직한' 것이 아니라 '우둔한 것입니다.

자녀가 유아 때 죽은 경건한 부모에게

이 주제를 위한 좋은 인용문이 하나 있습니다.

경건한 부모는 자녀가 어린 나이에 죽을 때 "내 자녀는 어디로 가나요?”라고 묻습니다. 경건한 부모는 사탄의 공격을 받고 괴로운 질문으로 가득 찹니다. 따라서 그 부모는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어릴 때 죽은 아이는 모두 천국에 간다고 믿는 이가 "당신 자녀는 분명 천국에 있어요."라고 말한다고 할지라도, 경건한 부모는 이런 답에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죄와 죄책, 그리고 구원의 문제에 신경을 쓰는 부모에게 그런 말이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런 위로에 경건한 부모는 전혀 위로받지 못합니다. 경건한 부모는 성경에서 답을 듣기를 원하며, 주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답을 듣기만을 원합니다. “

조금 전에 ‘사회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가 나쁘거나 상대를 속이려고 해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혹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를 주기 위해, 의도치 않은 거짓말로 위로를 줄 때가 있습니다.
17조의 문제는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방금 인용한 내용은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을 때의 경건한 부모들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부모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소위 좋은 게 좋다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걱정 마! 아이는 분명히 좋은 곳에 갔을 거야!” 그리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로해 주는 사람 스스로가 그렇게 믿고 있어서 그렇게 이야기해 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어릴 때 죽은 아이는 모두 천국에 간다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한편으로는 그 부모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신념을 따라서 그렇게 말한 것이기도 합니다. “걱정마! 아이는 분명 천국에 있어!"
하지만 위의 인용문에서 경건한 부모는 이런 대답에 만족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경건한 부모는 죄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건한 부모는 태어난 작은 아기까지도 ‘죄인으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참 대답’, 곧 ‘진실’을 알기를 원합니다. 그냥 자기 귀에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고, 성경이 가르치는 진짜 대답을 듣기 원한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죽은 자신의 아이가 진실로 어디에 갔는지를 알아야 그 마음에 참된 평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건한 부모에게 아무런 성경의 근거도 없이 “아이는 좋은 데 갔을 거야!”라는 대답은 입에 발린 말이 될 뿐, 전혀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용한 부분의 마지막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경건한 부모는 성경에서 답을 듣기를 원하며, 주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답을 듣기만을 원합니다. 그 주님의 답을 바로 우리 선조들이 17항에서 줍니다. 선조들은 성경적인 위로, 성경적인 위안을 그 부모에게 줍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무절제하게 들려줄 수 있는 대책 없는 위로 대신 하나님의 말씀, 진리에 입각한 정확한 대답을 들을 때에만 경건한 부모는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도르트 신조 제17조는 바로 이 참 위로를 우리에게 줍니다.

아이의 문제를 다루는 이유
이 문제를 다룰 때 먼저 질문해야 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왜 신조가 뜬금없이 '일찍 죽은 자녀의 문제'를 다루냐는 것입니다. 이것을 먼저 생각하고 문제 자체에 집중함이 좋겠습니다.
우리는 15조와 16조 두 번에 걸쳐서 ‘유기'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유기는 기본적으로 선택의 어두운 부분입니다. 비록 유기조차 하나님의 크신 영광을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습니다만, 유기가 '유쾌한' 가르침은 아닙니다. 우리는 앞의 두 번의 가르침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이유기를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특히 16조에서는 이런 유기의 가르침에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사람들을 위해서는 또 어떤 가르침이 제공되어 있는지 등을 배웠습니다.
“유아 때에 죽은 신자의 자녀들”이라는 문제는 여기에 붙어 나옵니다. 즉 이 가르침은 반드시 유기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바로 앞의 조, 즉 16조에서 배운 내용과 맞닿아 있습니다. 16조에서 우리는 유기에 대한 가르침 때문에 다음과 같은 연약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었습니다.

첫째, 확신이 없는 사람
둘째, 자기가 기대한만큼의 신앙을 갖고 있지 못한 듯 여기는 사람

우리는 16조의 내용들을 통해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워 말고”, “더더욱 두려워 말아야 한다”, 그래서 “방편을 붙들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17조는 이 내용들과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16조에서는 세 종류의 사람이 나왔는데, 17조는 굳이 말하자면 네 번째 종류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유기의 가르침을 듣고 배워 알고 있지만 자신의 자녀들이 어렸을 때 죽은 부모들

그렇습니다. 이 부모들 역시 16조의 사람들처럼 '유기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신조가 이들을 다루는 이유, 그리고 이 문제가 첫째 교리의 16조 다음에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은 도르트의 선배들을 비난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사람의 자유의지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구원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유의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유아들은 죽으면 무조건 천국으로 간다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도르트의 선배들을 비난하면서 '하나님의 선택과 유기’를 하나님의 주권이라고 말하는 개혁주의자들이 어려서 죽은 아이들조차도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서 어떤 아이들은 지옥에 던져진다고 가르치는 것을 비난했습니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이 볼 때 도르트 선배들의 하나님은 자유의지가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조차 지옥에 내던지는 가혹한 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경이 가르치는 죄를 알고 있는 부모들'입니다. 따라서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성경이 가르치는 죄를 알고 있는 부모인 우리에게 있어서 자유의지가 없는 아이들은 무조건 천국에 간다고 하는 이야기는 마치 “좋은 게 좋은거야.”, “아이는 어쨌거나 좋은 데 갔을 거야.”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손님들과 같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아는 부모들에게 이런 무책임한 말은 전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은 이런 무책임한 손님들처럼 “아이들은 무조건 천국에 간다. 그러니 너희 개혁주의자들은 가혹한 자들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경건한 부모들은 얄팍한 위로보다 진실을 알기 원했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진실 말입니다.
그래서 도르트의 선배들은 성경을 다시 살폈습니다. 제가 살핀 자료에 의하면 17조의 내용은 원래의 도르트 회의 자료에는 들어 있지 않았던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즉 이것은 이후에 보충하여 넣은 것입니다. 이유는 방금 말씀드린 이것 때문입니다. 성경을 살펴, 그 성경이 주는 진정한 위로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 선배들은 성경을 살펴 이로부터 진정한 위로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이 17조의 내용이고, 이를 신조 안에 조항으로 넣었습니다.
이 가르침은 한편으로 유기에 관한 내용이면서, 동시에 '언약적 자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내용을 통해 언약의 풍성함에 함께 도달하게 됩니다. 이제 이를 함께 살펴보고 하나님의 말씀이 주시는 참된 위로에 도달하도록 합시다.

우리 자녀들은 은혜 언약에 의해 거룩해진다

신조는 우선 신자의 자녀가 “거룩하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신자의 자녀가 거룩한 이유를 “본성에 의해서가 아니고”,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은혜 언약에 의해서 거룩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조 17조의 시작 부분을 보시면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이 전체 내용의 핵심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부모는 하나님께서 유아기에 이생에서 데려가시는 자녀의 선택과 구원에 관하여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이 앞의 내용의 자연스러운 결론입니다. 즉 경건한 부모들이 유아기에 죽는 아이의 구원을 의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앞의 내용, 곧 신자의 자녀들이 "본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은혜 언약에 의해서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거룩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신자에게서 태어나는 자녀들이 “나면서부터 거룩하다”라고 하는 주장은 생각의 유추를 따라서, 논리적 귀결로, 이성적인 판단으로 내려진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내린 판단입니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은 논리적 결론에 의해 판단했습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통해 거룩해질 수 있는데 태어난 아기는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없다.”라는 논리적 결론에 의거하여, “그렇다면 선하신 하나님이 아이를 모조리 지옥에 던지지는 않으실 테니”라고 유추하여 아이들의 천국 여하를 이끌어 냈습니다. 정연해 보일지는 몰라도 여기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없습니다. 논리적 유추만 있습니다. 심지어 “선하신 하나님이 순진한 아이들을 모조리 지옥에 던지지는 않으실 테니”라는 유추는 확인할 길이 없는 그야말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우리 선배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아이들의 거룩을 끌어냈습니다. 어째서 아이들이 거룩합니까? 무엇을 보고 우리의 아이들이 거룩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가 봄으로써 명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할례 시
하나님은 창세기 17장에서 아브라함에게 할례를 지시하십니다. 할례는 구약의 ‘은혜 언약의 표와 인’이었습니다. 할례는 그 자체가 언약이 아니라 언약의 ‘표식'입니다. 하나님과 자기 백성 사이에 언약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하나님과 백성인 우리 사이에는 은혜 언약이라는 관계의 줄이 묶여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가시적인 표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은혜 언약이 그 언약을 받는 당사자의 믿음이나 태도에만 전적으로 연관된다면, 하나님께서는 이 언약의 직접적 대상자인 '아브라함만’ 할례를 받으라고 명령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만 할례를 명령하신 것이 아니라 그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포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너희의 대대로 모든 남자는 집에서 난 자나 또는 너희 자손이 아니라 이방 사람에게서 돈으로 산자를 막론하고 난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라. 너희 집에서 난 자든지 너희 돈으로 산 자든지 할례를 받아야 하리니 이에 내 언약이 너희 살에 있어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_창 17:11-13

하나님께서는 직접 신앙을 고백하는 아브라함 외에도 난 지 팔 일만 되면 모든 아이들이 다 하나님과의 은혜 언약의 징표인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에 보면 이것을 행치 않는 자는 “내 언약을 배반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창 17:14). 그래서 이 명령 이후에 아브라함의 집은 모두 할례를 받는데, 어른들뿐 아니라 당시 13살이었던 이스마엘도 할례를 받았고, 당연히 나중에 태어난 이삭도 할례를 받았습니다.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이 은혜 언약의 표인 할례를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 언약이 아브라함이나 신앙을 갖고 고백하며 표시하는 어른들, 그 사람들의 신앙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언약은 언제나 우리에게 '반응'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성인 세례를 베풀 때 누구에게도 '믿음의 반응 없이' 세례를 베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의 반응’은 은혜 언약에 대한 '반응' 곧 '충분조건'이지, 은혜 언약의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비록 은혜 언약을 받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믿음의 반응이 있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 언약이 믿음의 반응 '때문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조건’(원인)과 일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을 구분해야 합니다. 세례에 있어서 ‘믿음’은 세례의 조건이 아니라, 은혜 언약으로 인해 나타나게 된 결과적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을 세례의 ‘조건’으로 이해하는 것은 세례를 잘못 본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은혜 언약이 우리 믿음의 반응 때문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비록 이해할 수 없고, 반응할 수 없고, 대답할 수도 없는 8일밖에 되지 않은 아기에게도 우리로 하여금 “이 아이도 내 은혜 언약 안에 들어 있다.”라고 말하게 하셨습니다.
이 말은 현대의 합리주의를 공격합니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바르게' 믿어야 한다는 열심이 너무 강력해서, 오히려 바른 믿음조차도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즉 바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만을 강조하다가 ‘행위주의’, 곧 '우리가 믿음으로 보인 어떤 태도'에만 집착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형적으로 재세례파들이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언약'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언약 때문에, '믿음을 고백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백성으로 받아 주시는 하나님'을 아멘 합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바른 신앙고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아무 조건 없이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것으로 받아 주셨다는 증거를 성경에서 발견합니다. 이야말로 ‘은혜의 선물'이 아닙니까!

【린더보움(Lucas Lindeboom, 1845-1933) 교수가 1905년 총회 직전에 제시한 명제들 중에는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세례는 세례를 받는 아이의 안에 있는 것, 혹은 있다고 추정되는 것을 표하거나 인치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나타난 은혜 언약의 약속들을 표하고 인치는 것이다." 얀 판 브뤼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해설』, 김헌수, 성희찬 옮김 (서울: 성약, 2020), 340. 개혁파는 재세례파와 침례교의 '세례관', 곧 아이가 믿음이 있어야만 세례를 줄 수 있다고 하는 세례관을 대적한다. 왜냐하면 세례는 '그의 믿음의 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의 인'이기 때문이다. 세례는 '그 사람이 믿는다는 것을 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인치는 것', 곧 '그분의 은혜 언약을 인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녀가 태어났을 때 '불신자 한 사람이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복 안에서 '은혜의 선물'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시편 127편처럼 말입니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_시 127:3

성경은 우리의 자녀를 '장차 신자가 될지 불신자가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정성의 상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의 자녀를 “여호와의 기업”이라고 하고, “그분의 상급"이라고 합니다. 이 성경의 가르침을 우리는 그대로 받기 때문에, 경건한 부모라면 아이가 어려서 죽더라도 그 자녀의 선택과 구원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아이는 하나님께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출애굽 후 2세대들에게
조금 더 뒤로 가서 출애굽 이후 모세가 2세대들과 언약을 재확인할 때, 그 회중들 안에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신명기 29장 9-13절 말씀입니다.
그런즉 너희는 이 언약의 말씀을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하리라. 오늘 너희 곧 너희의 수령과 너희의 지파와 너희의 장로들과 너희의 지도자와 이스라엘 모든 남자와 너희의 유아들과 너희의 아내와 및 네 진중에 있는 객과 너를 위하여 나무를 패는 자로부터 물 긷는 자까지 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서 있는 것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언약에 참여하며 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오늘 네게 하시는 맹세에 참여하여 여호와께서 네게 말씀하신 대로 또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대로 오늘 너를 세워 자기 백성을 삼으시고 그는 친히 네 하나님이 되시려 함이니라_신 29:9-13

지금 모세가 말하고 있는 이곳은 요단강 건너 저편으로 가나안 땅이 보이는 모압 평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1세대가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하나님을 거역함으로써 광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제 다시 2세대의 사람들이 가나안을 향하여 가려는 시점에 있습니다. 이때 모세는 다시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상기시키면서 이들을 이 언약 안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이때 모세가 언약의 대상자로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 “너희의 유아들과”가 있다는 것에 유의하도록 합시다(11절). 하나님의 언약 대상 안에는 언제나 "유아들"이 있었습니다. 왜 유아들이 있습니까? 이 아이들이 언약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이 아이들이 거기에서 모세의 말을 들은들 1세대의 언약적 잘못이나 배반을 이해할 리도 만무하고, 2세대로서 그들이 지켜 행해야 할 언약적 책무들에 대해 결심을 가질 수 있을 리도 만무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똑같습니다. 아마 모세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떤 아이들은 엄마 품에서 사탕을 빨고 있었을 테고, 조금 큰 아이들은 옆에서 장난감을 가지고서 놀고 있었을 것입니다. 3-4세가 된 아이들은 모세가 말하고 있는 이 중요한 순간에 엄마 품에서 버둥거리다가 옆 라인을 타고 아장거리며 저쪽으로 걸어가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은 이 아이들조차 모두 '언약의 대상자'로 삼았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모압 평지에서의 이 말씀 이후 이스라엘은 요단강을 건너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고, '길갈'이라는 지역에서 할례를 행했습니다. 당연히 이 할례의 대상에는 아주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앞의 창세기 17장과의 연결이 다시 생깁니다. 이 아이들이 할례를 이해했습니까? 이 아이들이 은혜 언약을 이해했습니까? 이 아이들이 가나안 땅에서 진군해야 하는 언약적 의무를 이해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언약의 대상자로서 ‘언약 공동체 안의 한 일원'으로 취급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받으시는 일이 ‘그분의 은혜로'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인 세례에만 치중하고 유아 세례를 부인하는 이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가 '자신들의 신앙고백 때문에’ 주어진 것 같은 오해를 한 것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우리는 성인 세례조차도 ‘은혜로’ 받았습니다. 내 믿음은 내 것이 아니요 선물입니다.

경건한 부모들이 무엇을 통해 위로를 얻게 될까요? 이성적인 추론에 의한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근거 없이 마음에 위로가 될 만한 아무 말이나 해 주는 여러 타인들로부터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럴 리 만무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란 경건한 부모들은 하나님의 참되신 말씀을 통해서만 위로를 받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은 선언합니다. 신자의 자녀들이 나면서부터 그분의 언약 안에 동참하였다고 말입니다. 그 아이들이 비록 아무런 판단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분의 언약 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신조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담대하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부모는 하나님께서 유아기에 이생에서 데려가시는 자녀의 선택과 구원에 관하여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끝으로 주님께서
끝으로 우리 주님께서 구약의 이 가르침들에 덧대어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살핌으로써 말씀을 맺겠습니다. 누가복음 18장의 말씀입니다.

사람들이 예수께서 만져 주심을 바라고 자기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보고 꾸짖거늘 예수께서 그 어린 아이들을 불러 가까이 하시고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_눅 18:15-16

주님께서 “아이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라고 가르치신 것은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주신 말씀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용납하시는 주님을 보고 언약의 내용을 배워야 할 어른들에게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의 실제가 무엇입니까? 여기에서 예수님은 그저 아이들이 이뻐서 좋아하는 손주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같은 심정으로 아이들을 용납하고 오게 하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까? 만약에 그렇다면 그런 내용을 왜 성경에다 적어 두었겠습니까?

이 말씀은 우리가 앞서 배운 내용들을 포괄합니다. 주님께서는 '언약의 성취자' 이시므로, 구약의 모든 내용들을 이루시고 다 담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님의 말씀은 언약의 최종적 성취자이시며 모든 언약의 실체이신 그분께서, “이 어린아이들조차 나에게로 가까이 와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즉 아이들도 하나님의 언약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말씀의 참된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불신자를 낳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약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러므로 언약 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의 것이기 이전에 '우리 주님의 것'입니다. 우리는 이 아이가 얼마나 성경에 대한 지식이 있고, 얼마나 바른 신앙고백을 갖고 있는지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묻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입니다. 왜 하나님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십니까? 왜 하나님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다시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하나님이 건질 만해서 건지셨는가? 그러면 나는 아이들보다 굉장히 낫기 때문에 구원하셨는가? 아이들을 언약의 테두리 안으로 부르신 것은 그저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약 안에서 자기 백성들의 자녀들도 모두 자기의 품 안에 두시기를 원하셨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는 주의 백성들이라면, 결코 이 아이들이 자신과 동일한 하나님의 언약 백성임을 의심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시대에도
첫째 교리의 제17조는 자녀들이 어린 시기에 많이 죽었던, 과거의 우울한 시기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전쟁이나 전염병 등으로 아이들이 많이 죽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신자의 자녀들이 천국에 갈 것인지의 문제는 '공상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이들이 어려서 쉽게 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약 백성들 안에 이런 질문들을 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우리네 교회들은 옛적부터 개혁신앙을 잘 받아 간수한 교회들이 아닙니다. 따라서 아이들을 대할 때 많은 교회들이 언약의 입장에서 개혁신앙을 따라 생각하기보다는, 합리적 이성을 따라 침례교적 사고방식으로 자기 입으로 신앙을 고백하지 않은 아이는 중립 지역에 둡니다. 아직 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신자도 아닌 모호한 영역에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언약 백성들을 받으실 때, 그들의 자녀들도 함께 받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대대로 계승되는 것이며, 부모가 받은 언약은 자녀들에게 여전히 효력 있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이 꼭 어려서 죽지 않더라도, 마치 시한폭탄처럼 “언제 하나님으로부터 이탈할지 몰라!”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어려서 죽더라도 하나님의 품 안에서 천국으로 불려가듯이, 우리가 언약에 신실하다면 우리가 기르는 이 아이들이 언제나 주님의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견고하고 굳세게 하나님을 붙들고, 매일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언약 안에서 자녀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언약적 의무의 단서가 붙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감을 갖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기를 정리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넷째의 부류, 곧 자녀들에 대해 유기를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안심하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믿고 우리의 자녀들을 하나님께 맡겨 드리고, 또 최선을 다하여 언약의 말씀 안에서 길러 가는 우리가 되도록 합시다. 내가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 자녀들을 돌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