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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파루시아
ㆍ작성일	2023-12-17 (일)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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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심하지 말고 붙들 것
낙심하지 말고 붙들 것
2023년 12월 17일 주일 오후 교리 설교
성경 봉독 : 사 42:1-9
설교 본문 : 돌르트 신경 Ⅰ-16

우리는 주변에서 종종 '책임성 없는 믿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의 뜻을 함부로, 혹은 제멋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기도해 보니까 하나님이 이렇게 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는 등 여러 일을 합니다. 많은 경우 순종의 결과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이저더저도 아닌 방황하는 모습도 봅니다.

분명 하나님의 이름으로 했고, 하나님의 지시하심을 따라 했다고 말하는데 왜 전혀 다른 결과를 대면하는 것일까요? “망한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해야 합니까?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자기 임의로 “하나님이 하라고 하셨어요!”라고 하는 것 말입니다.

만약 정말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이면, 그 일은 실패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수많은 신자들이 말은 자기 맘대로 해 놓고 그 말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말할 때는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여서 경건한 척하고, 또 자기 말이 하나님의 이름 때문에 더 힘을 얻도록 해 놓고는, 정작 그 일이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면 나 몰라라 합니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런 태도는 셋째 계명을 매우 명백하게 어기는 대단히 불경한 태도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해 먹는' 행위를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십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하나님을 경박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점에는 정반대 편에 있는 이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앞의 것을 '책임성 없는 믿음'이라 했다면, 이 뒤의 것은 '증거 없는 믿음'이라고 해 봅시다. 이것은 쉽게 말하자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믿음"입니다. 예를 들면 항상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 주시면 이 일이 잘 해결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리라고 장담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실지를 우리가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 우리 편에서는 아무것도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기다리고 기도할 수밖에요.“

우리는 주변에서, 앞서 말씀드린 '책임성 없는 믿음'도 많이 봅니다만, 이런 '증거가 없는 믿음'도 많이 봅니다. 하나님에 대해 말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은 귀한 것이지만, 이런 신중함이 '불확실함'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습니까? 하나님의 뜻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은 인생인 우리로서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도 확신 있게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리지는 않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 것을 두고 '믿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까? 히브리서 11장은 분명히 믿음에는 “증거가 나타난다"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도르트신조의 목회적 관점
그런 점에서 16조에서 만나는 내용은 이 주제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16조는 '매우 목회적인' 조항입니다. “매우 목회적이다”라는 말은 우리가 비록 이런 신조들을 통해 신앙의 확신에 대해 배우더라도, 실제로 모든 신자들이 일률적으로 신앙의 용사는 아니라는 적나라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모든 시대에,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동일한 시대를 살아도 어떤 사람들은 용감하게 순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머뭇거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옳은지 결정하지 못해서, 어느 날은 마음이 이랬다가 다음 날에는 또 마음이 저렇게 됩니다. 든든한 사람이 있는 반면 연약한 사람이 있고, 또 한 사람 안에서도 어떤 때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다가 또 어떤 때에는 확고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역사 안에 항상 있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고 바른 교회 안이라 하더라도 '단단한 확신을 가진 사람’과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사람'은 항상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도르트 신조 첫째 교리의 제16조는 '유기'라는 주제를 다룰 때,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쓴 것입니다. 유기를 배우기 전에 '선택의 확신’에 대해 여러 차례를 배웠으나 정작 ‘유기’라는 주제에 들어와 보니 이 확신에 있어 불투명한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는 것입니다. '혹시 내가 유기된 자가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유기를 설명하면서 여기에다 한 조를 할애했습니다. 그래서 16조는 유기에 관하여 배울 때의 목회적 관점에 관한 것입니다.

유기를 배운 신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는 각 사람에게 무엇을 말해 주어야 하는가?

16조는 이렇게 불안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을 총 세 부류의 사람으로 나누었습니다
① 확신, 평안, 순종 등이 자기에게 있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
⓶ 열심히 살아가고 간절히 소망하지만 자기 모습은 항상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
③ 방탕한 자, 곧 자기 마음대로 세상 욕심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

신조는 유기를 가르치면서, 첫째와 둘째 부류의 사람은 '격려'하고 셋째 부류의 사람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첫째 부류와 둘째 부류의 사람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부류의 사람은 '확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신조의 상세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살아 있는 믿음과 견고한 내적 확신, 하나님 앞에서의 양심의 평안함, 어린아이 같은 열성적인 순종,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 등이 자기 안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이 문구를 읽으면서 “내 이야기네!”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공동체가 바른 믿음의 공동체라 하더라도 거기 있는 모든 이들이 균등하게 신앙의 같은 농도를 지니게끔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공동체이지만 제각각 다릅니다. 그리고 이 때의 다름은 신앙이 도달해 있는 위치에 있어서도 그러합니다. 어떤 사람은 높은 위치에 있지만 어떤 사람은 낮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중에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 공동체 안에 있는 게 맞을까? 나는 혹시 유기된 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신조가 주는 대답은 우리에게 상당한 감동을 줍니다.
그렇더라도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들을 우리 안에서 일으키시겠다고 약속하시며 주신 방도들을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해서 놀라서는 안 되고・・・

신조는 우리 중 누군가가 아직 믿음이 연약하여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방편을 부지런히 사용하면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없다면, 제일 먼저 이들에게 "유기를 듣고 놀라지 말아라"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르트 신조를 ‘목회적'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때 '목회적'이라는 말은 성경의 교훈을 떠나 사람을 격려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성경에서 그러한 사람을 격려하기 때문에 신앙고백서에서도 그러한 내용을 복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유기의 교리 앞에서 신앙의 확신이 부족하여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해 주어야 할 처음의 일은 “놀라지 말라”라고 격려해 주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놀라서는 안 된다”보다 좀 더 강경한 어법이 나옵니다. “간주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앞의 것이 '배려’나 ‘위로'에 가깝다고 한다면, 이것은 '명령'에 가깝습니다.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먼저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그다음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하지만 너는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돼!”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안 된다고 하는 내용은 이것입니다. 자신을 유기된 자들 중 하나로 간주하는 일

왜 '배려'만이 아니라 '강한 명령'이 동반되었습니까? 우리는 어떤 이가 약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 단순히 동정심만 가지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필요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위험한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동정심만으로는 그 사람이 영원히 그 약한 믿음에서 머물러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조는 이런 사람을 ‘이해할 뿐’ 아니라, 동시에 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르침의 내용은 우리가 선택의 확신에서 계속 배웠던 내용을 이렇게 확신이 연약한 이들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빌립보서 말씀에서 우리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우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바로 그 이가 이 일을 끝까지 이루실 것을 확신한다!(빌 1:6의 의역)

신자는 '내가 신실하기 때문에' 내편에서 끝까지 하나님을 붙들고 놓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을 믿고, 확신하고, 의지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신실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확신이 없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한편으로 위로를 받더라도 동시에 이 사실을 배워야 합니다. 자기의 연약함을 바라보지 말고 착한 일을 끝까지 이루실 하나님을 바라봐야 함을 말입니다. 이것은 권면이고, 명령이고, 경고입니다. 에베소서는 거듭 말합니다.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_엡 1:9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_엡 1:11

“우리의 선택은 하나님의 기뻐하심이 동력”이라는 것과 “우리가 선택되었음을 깨닫고 찬미하는 것은 나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은 선택과 유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신자가 비록 연약한 신앙 때문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고 할지라도 그를 잘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린아이 같은 신앙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해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확신이 없는 자체가 자신을 의지함입니다.”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거기로부터 빠져나와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긍휼을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다다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위로'뿐 아니라 '권면'이나 '권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방편을 믿을 것
그리고 이 16조 전체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여기 세 번째로 나타납니다. 신조가 말하고 있는 세 번째의 주제는 바로 '길', 곧 '방도'입니다.
오히려 부지런히 그러한 방도들을 사용해야 하고, 더 풍성한 은혜의 때를 열렬히 갈망해야 하며, 경외심과 겸손한 태도로 그 은혜가 임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참 신자와 거짓된 신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자리임을 기억합시다. 어떤 사람은 믿음이 연약한데도 불구하고 계속 신자로 남아 있고, 어떤 사람은 믿음이 좋아 보였는데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서, 결국에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하나님을 비방하면서 떨어져 나가버립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입니까? 바로 여기 그 해답이 있습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은혜의 방편이 믿음을 견인한다.

이때 “방편”이란 '은혜의 방편', 곧 말씀과 성례를 가리킵니다. 하나 더 붙인다면 기도를 더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방편의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방편”이라고 줄여 말하기는 했지만 “은혜의 방편”에서 “방편”의 동력은 사실 “은혜”에 있습니다. 방편은 무엇 때문에 존재합니까? 하나님께서 여기에 '은혜'를 실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방편의 사람이라는 말을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실 때 수단을 사용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신조가 우리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주제에 대해 들려주는 대답은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매우 구체적입니다. 우리는 간혹 자기 믿음이 연약해졌다고 생각이 들 때 믿음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꾸 '마음을 다잡는 것'을 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처진 것'은 '마음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끌어올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구덩이에 빠져 있는데, 자꾸 올라가자! 올라가자!" 한다고 해서 올라가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구덩이에 빠져 있을 때 거기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가 사다리를 내려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방편들'을 통해서 은혜를 주신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처져 있을 때,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시들어졌을 때, 이를 끌어올려 주는 것은 명백하게 이 사다리가 되는 '방편들’입니다.

'마음을 의지하는 사람'은 신앙이 처지면 은혜가 소망되거나 희구되지 않으니 예배에 가기 싫어집니다. 그래서 이를 자꾸 '예배에 대한 소망을 회복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예배에 대한 소망이 식었는데 어떻게 예배에 대한 소망을 회복하겠습니까? 되지 않는 일입니다. ‘마음’이 식었는데 ‘마음’을 끌어올리라고 하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신앙의 회복은 방편을 통해 오기 때문에 오히려 이 사람은 “좋든 싫든 예배에 가서 말씀을 듣고 성례에 참여하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방편에 노출될 때 해결책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확신이나 소망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 때, 마음을 끌어올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어느 순간 스스로 올라올 것이라고 기대하고서 마냥 기다리지만도 마십시오! 도리어 방편을 붙들어야 합니다!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는 관계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언약 관계 역시 상호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찾고, 갈망하고, 기다리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우리가 호의를 갖고 대하는 사람을 홀대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누가복음 11장 말씀을 읽어 보십시오.
“내가 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 너희 중에 아버지 된 자로서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 알을 달라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눅11:9-13)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라는 말씀은 한국 교회 안에서는 “떼를 쓰면 받을 수 있다.”라는 지독한 아르미니우스적인 가르침으로 변질되었지만, 사실 이 말씀의 요지는 “내가 노력하면 받을 수 있다.”가 아니라("구하는 자”에게 초점이 있지 않고) “하나님께서는 주시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므로”(“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에 초점이 있다)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 바로 앞에는 밤에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사람 비유가 나옵니다. 주님께서는 “벗 됨을 인하여서는 일어나 주지 않더라도 주변의 눈 때문에라도(간청함'의 올바른 번역은 '부끄러움'이다) 일어나서 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너희가 악하여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주는데, 하물며 너희 천부겠느냐!"라고 맺으십니다. 즉 이 말씀의 요지는 "내가 노력하면 쟁취할 수 있다.”에 있지 않고 하나님께서는 자비하신 아버지시므로 너희를 긍휼히 여기신다는 데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골리시면서 좋은 것을 손에 들고 “줄까? 말까?"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주시기로 약속하셨고, 그 은혜는 '방편을 통해' 주어집니다. 그렇다면 내가 당장 확신이 없고 어려움 중에 있을 때에는 계속해서 방편을 의지해야 합니다. 사람은 수많은 통제 불가능한 속성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감성이 더뎌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태생적으로 우유부단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일한 것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느낌과 상관없이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도 약속은 동일합니다. 비록 빨리 느끼고 늦게 느끼며, 많이 느끼고 적게 느끼는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방편을 꾸준히 붙드는 이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주마.” 약속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해서 방편을 붙들어야 합니다.
둘째, 계속해서 실패하는 사람
둘째 부류의 사람은 신조에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 간절히 소원함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만큼의 경건과 믿음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때 “간절히 소원함”이란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 하나님께 돌이키고, 그분만을 기쁘시게 하며, 사망의 몸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원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둘째 부류의 사람들은 첫째 부류의 사람들과 달리 믿음 안에 있고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정한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여” 실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신조는 이런 사람들에게 “더더욱 두려워 떨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용은 앞의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유기에 대해 들을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이것이 시험 성적표처럼 점수의 등급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기는 70점이 있고, 90점이 있고, 50점이 있고, 30점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유기는 흑과 백의 문제, 곧 '인가, 아닌가(be or not)'의 문제입니다. 유기는 “선택이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나는 30퍼센트 유기에 접근했어.", "나는 거의 유기당할 뻔했어."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신앙적 열심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이런 분들 중에는 욕심이 과해서 자신에게 늘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 더 잘했으면, 조금 더 경건했으면, 조금 더 열심이 있었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거기까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을 결코 "나는 유기자가 아닐까?"와 같은 방식으로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신조가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더더욱” 두려워 떨지 말라는 것입니다.

신조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사야 42장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이 말씀은 범죄로 말미암아 포로로 끌려가서 이리저리 많이 맞고 온통 멍이 든 백성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위로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약하다는 것은 첫째 부류의 사람처럼 '확신이 없는’ 약함도 있지만, 여기 둘째 부류의 사람처럼 '자기의 내적 기준이 자기의 행동과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고통받는' 약함도 있습니다. 신조는 이것까지 모두 '약함'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의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포로로 끌려가게 된 만큼 연약하였어도 하나님 아버지와 자녀 이스라엘이라는 관계를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즉 우리 스스로가 아무리 문제가 많더라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로마서 7장과 8장 말씀이 이에 대해 도움을 줍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7장 25절의 시작에 “그러나”를 넣어 읽도록 합시다(헬라어에는 접속사 '데'가 있음).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곧 죄로 말미암아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니라_롬 7:22-8:4

서론에서 '책임성 없는 믿음'의 정반대 편에 있는 '신중하여 지나치게 재는 것이 많아 오히려 불확실한 믿음'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상황에 있어 무엇이 될지, 무엇이 되지 않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속단해서도 안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일은 꼭 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사는 동안은 완전하게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일’이 되고 않고를 알지 못한다고 해서, ‘나에 대한 하나님의 어떠하심’까지 우리에게 불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 일은 꼭 됩니다.”를 말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어떤 형편에 처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시며, 그래서 나를 붙드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라는 사실까지 불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후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말하는 '확신'이란 '어떤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떤 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확신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아무도, 아무것도 우리를 이 확신으로부터 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