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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파루시아
ㆍ작성일	2021-12-12 (일)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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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원 품꾼 비유
포도원 품꾼 비유
2021년 12월 12일 주일 오후 설교
성경봉독 : 마19:23-20:19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받는 성도 여러분!
오늘 비유를 보면,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사람들이 거의 접할 수가 없었던 이상한 상황을 말씀하고 계시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은 오늘날이라도 할지라도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포도원 주인은 자기 포도원에 일을 시키려고 품군들을 모아갔는데, 이른 아침에 한 번, 제 3시(오전 9시)에 한 번, 6시(12시)에 한 번, 9시(오후 3시)에 한 번, 그리고 심지어는 11시(오후 5시)에도 나가서 품군들을 모아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품군들에게 모두 똑같은 급료를 주었습니다. 이런 일은 그 때나 지금이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만약 지금 그렇게 했다간, 자칫하면 멱살잡이가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질문이 생기지요? 왜 주님께서는 이런 상황을 비유로 말씀하신 것입니까? 주님께서는 항상 비유를 통해서 자기 백성들에게, 혹은 바리새인에게,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려주시고,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렇다면 포도원 주인과 품군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려고 한 주제는 무엇이겠습니까?

비유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문맥에 있어 두 가지 사실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이 비유가 시작과 끝이 똑같은 문장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오늘 비유는 20장부터 시작하지만 사실은 19장 30절이 이 20장 비유가 나오게 되는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19장 30절 말씀은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오늘 비유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이 말씀은 23절부터 시작되는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말씀에서 시작된 제자들과의 긴 질문과 대답 속에서 나타나는 내용입니다. 베드로는 “우리가 다 버리고 주를 좇았으니 우리가 무엇을 얻겠습니까?”(27절)라고 질문을 했고, 주님께서는 이 질문에 대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 너희도 열 두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 두 지파를 심판하겠다” 하시면서, “하지만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잘 보시면, 이 19장 30절 말씀은 순서만 바뀌어서 20장 16절에 그대로 나옵니다. 19장 30절에서는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는 말이 먼저 나왔는데, 20장 16절에는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라고 순서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내용이 그대로 나옵니다.

말하자면, 오늘 이 비유는 시작과 끝이 똑같은 문장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비유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이 비유를 같은 문장으로 감싸셨습니다. 이렇게 하신 의도는 분명합니다. 이 비유의 주제가 절대 다른 것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비유의 주제는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살필 점은 이 비유의 앞과 뒤가 어떤 이야기들로 둘러싸여져 있느냐는 점입니다. 방금 사펴본 바와 같이 이 비유는 ‘같은 문장’으로 둘러싸여 있을뿐만 아니라, 이 비유는 ‘같은 내용’으로도 둘러싸여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비유의 앞뒤에 나오는 이야기 전체도 다 이 비유와의 연관성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비유를 잘 이해하려면 전후 이야기도 살펴야 합니다.

이 비유의 앞에는 방금 말씀드렸던 대로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언제입니까? 28절을 보십시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상이 새롭게 되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입니다. 언제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됩니까? “세상이 새롭게 되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입니다.

여러분! 이 때가 언제입니까? 예수님 재림의 때입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이 비유의 마지막 부분을 보십시오. 16절, “나중 된 자와 먼저 된 자” 이야기에 이어서 17절,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려 하실 때...”, 18절과 19절도 보십시오.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그를 능욕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박게 하리니 제 삼일에 살아나리라.”

17절 이하를 읽어보면, 주님은 이 비유를 예루살렘 입성 직전에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입성이 보여주는 것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제 삼일에 다시 살아나는 일’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포도원 주인의 비유”에서 이 비유의 뒷 배경은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입니다. 앞 배경이 무엇이었습니까?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는 때!”입니다. 이 두 사건은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일한 사건입니다. 보좌 우편에 앉으시는 때는 십자가에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서입니다. 히브리서 12장 2절입니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저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그러므로 오늘 이 비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즉 주님의 사역과 오순절의 성령 강림으로 인하여 교회가 세워졌을 때, 그 때 교회 안에서 있을 일들을 배경으로 하여 말씀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1절의 제일 첫 단어를 보십시오. “천국은 마치!”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이 비유가 천국 이야기, 곧 교회와 관련된 말씀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교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시려 하십니까?

첫째 : 일군을 쓰는 주인 측에서 자비를 베푸는 편이다.

오늘날도 실업자들이 많은 편이지만, 예수님의 당시에 가난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대부분이 소작농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기들 스스로는 벌이를 위한 일이 없습니다. 오직 주인이 불러주어야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아침 일찍 인력 시장에 나가서 자기가 선택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서성댑니다. 그러다가 일이 있는 고용주가 그 자리에 오면 혹여나 자기가 뽑힐까 기린 목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나 주인은 품군에게 은혜를 베푸는 자입니다. 본문 속의 집주인은 오히려 놀고 섰는 사람이 없도록 여러 시간대에 걸쳐서 품군들을 데려갑니다. 오후 5시에도 일군들을 데려가서 삯을 주는 주인은 오늘날 상상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집주인은 하나님이시고, 불려나가게 되는 품군들이 우리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비유의 첫 번째 요소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계신다’라는 점이 됩니다.

둘째 : 왜 같은 금액을 주었는가?

오늘 비유에서 가장 현실적이지 않은 점이 이 점일 것입니다. 어떤 고용주도 일하는 사람에게 아침 아홉시에 출근한 사람과 오후 다섯시에 출근한 사람에게 똑같은 급료를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굳이 이런 상황을 설정하셨을까요?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2절 말씀이죠. 이 말씀을 잘 보십시오. “저가 하루 한 데나리온씩 품군들과 약속하여 포도원에 들여보내고...”

주인은 결코 임의대로 하지 않고 있고,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9절 말씀을 보면 “제 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을 받거늘”, 이어지는 10절을 보면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다”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6시, 9시 12시에 온 사람들이 자신이 더 받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 옳습니까? 뒤에 온 일군과 동일한 품삯을 준 주인이 불공정한 것입니까? 그렇지 안ㄹ다는 것을 우리는 잘압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뒤에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니, 앞에 온 사람들이 ‘적게’ 받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이 문제는 ‘앞에 온 사람들’을 홀대한 것이 아니라, ‘뒤에 온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푼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 비유의 특징을 가장 정확하게 꼬집은 말은 “공의는 이루어졌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자비가 베풀어졌다”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현실 생활에서도 실은 이런 종류의 경제생활이 얼마든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십시오. 외국의 복지 국가들 같은 경우는 수입에 따라 세금을 차등해서 매깁니다. 말하자면 월급을 100만원 받는 사람에게 세금을 10프로 매긴다고 하면, 월급을 1억 받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50프로를 매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이런게 정착되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죠. “퍼센트(비율)를 같이 매겼으니 공평한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공평하지 않습니다. 100만원 받는 사람에게 10프로인 세금 10만원은 천금같은 돈이어서...떼고나면 90만원으로 살아야 하지만, 1억 받는 사람은 10프로 세금인 천만원을 떼도 이 사람은 9천만원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공평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의 복지국가들은 많이 버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퍼센트의 세금을 매깁니다. 설령 50프로를 내도 이 사람은 90만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비해 5천만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언젠가 인터넷에 보니, 유럽 어느 나라는 교통벌금도 그런식으로 하더군요. 똑같은 신호위반을 해도 100만원 버는 사람에게는 3만원짜리 딱지를, 10억 버는 사람에게는 5천만원짜리 딱지를 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경찰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범칙금이 푼돈이라면 교통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은근히 가난한 자에 비해 부자가 더 많이 내야하는 것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휘둘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오래 정착한 외국의 경우, 그리고 특히 기독교적 사고가 사회의 근저에 있는 경우, 부자가 더 많이 내는 것을 ‘불공평하다’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오늘 비유에서처럼 일찍 온 사람이 받은 것이 ‘정상’이고, 늦게 온 사람이 받은 것이 ‘주인의 자비 때문에’ 혜택(긍휼)을 입은 것입니다.

그러면 이 비유는 무엇에 관한 말씀인가?

그런데 우리는 은근히 이 처음 온 품군들같은 자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이 집주인처럼, 하루 종일 놀고 섰는 품군들에 대해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계십니다. 만약 먼저 들어온 품군들 역시 이 주인의 마음을 가졌다면, 아니.....주인 정도 되지 않아도, “내가 저들처럼 하루 종일 놀고 섰을 수도 있었는데...”라는 마음 정도만 가졌었더라도, ‘내가 받는 것과 똑같이 늦게 온 사람이 받는 것’을 보고는 ‘기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독히 이기적인 자들이죠. 먼저 온 품군들은 나중 온 이들이 받는 것을 보고는 “내가 더 많이 받을 것”만 생각합니다. 그들이 나중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받기로 약속된만큼이나’ 받는 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습니다. 공로주의에 젖어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심보입니다.
여러분! 그러면 이 상황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내용이겠습니까?

우리는 앞서 말씀드렸던 이 비유의 문맥, 정황이 가리키고 있는 바를 따라 이 비유가 “인자가 영광의 보좌에 앉으신 때”, 즉 “주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세우신 새 세상”, 곧 교회의 출범과 함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여기 나오는 모든 품군들은 교회 안에 들어온 자들입니다. 모두 주인에게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포도원에 들어온 자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새 언약의 교회에 이미 탑승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런데 이 교회 안에 무엇이 있는 것입니까? “내가 먼저 와서 더 많이 일을 했다”고 하는 ‘공로주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유의 핵심입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아침 아홉시에 온 품군에게도, 오후 다섯시에 온 품군에게도 동일한 급료를 주는 ‘이상한 주인’을 설정하셨습니까? 하나님께서 그 교회 안에 들어온 모든 이들에게 베푸시는 구원은 모두 동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공로에 대해 자랑하고파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안에 이런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되지도 않은 학연, 지연을 자랑합니다. 자기가 잘나서 부자 된 것도 아니고 부모 잘 만나서 재벌이 되었는데 그것으로 으스댑니다. 그뿐입니까? 내가 신앙이 좋은 것도 아닌데 내가 큰 교회 다닌다고 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시골 지역 교회를 가보면 그렇게 ‘텃세’가 심하다고 합니다. 타 지역에서 온 사람이 그런 교회를 들어가면 견제하고, 세력을 부리고, 그렇게 합니다. 처음 온 사람이 무언가 이견을 제시하면 “우리는 그렇게 해 오지 않았다” 합니다. 교회 안에서 나이가 먹어가고 어른이 되어 가는 것도 이런 맥락이 항상 있지 않습니까? 내가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대접을 받아야 하고, 내가 이 교회 장로니까 내 말이 항상 먹혀 들어가야 하고, 젊은 녀석이 시키는 대로 들을 것이지 버릇없이 공동의회에서 손들고 질문을 하고.

기억합시다. 여러분! 은혜가 공로를 능가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서 더 이상 공로가 나에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은혜가 나를 뒤덮어 버려서, 내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고, 내가 아무리 무언가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이 다 인정해 주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나에게 역사할 수 없도록, 은혜가 나를 뒤덮어 버린 사람들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은혜로 회중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하고 무능한 자가 교회의 일원이 될 때, 그 사람으로 인해! 그도 우리와 똑같이 한 데나리온 받게 된 것에 대해, 비록 오후 다섯시에 왔지만, 그런데도 나와 같은 데나리온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해야 합니다. 주께서 이 포도원 품군 비유를 통해 알려주신 ‘천국’의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