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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파루시아
ㆍ작성일	2023-12-10 (일)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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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에 대한 교회의 고백
유기에 대한 교회의 고백
2023년 12월 10일 주일 오후 교리 설교
성경본문 : 욘 3:1-10; 4:9-11
설교본문 : 도르트 신조 Ⅰ- 15

도르트 신조 15조와 16조는 '유기'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개혁신앙은 성경의 말씀을 면밀히 살펴 하나님의 예정을 두 부분으로 보았습니다. 한 부분이 우리가 앞서 쭉 살펴본 “선택으로의 예정”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부분도 있는데, 그것은“유기, 즉 버려둠으로의 예정”입니다.
이 둘을 ‘예정'이라는 테두리로 묶으니까 하나님께서 두 차원의 예정을 하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서 계속 말해 온 대로 도르트 신조는 ‘선택은 적극적으로’ 말하지만 '유기는 소극적으로 말합니다. 말하자면 유기는 언제나 하나님의 적극적 버리심이 아니며, 선택이 필연적으로 유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선택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선택하는 것이 되어 버리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게 됩니다. 누군가를 선별적으로 선택한다면 반드시 선택되지 않은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왜 하나님은 모두를 다 선택하시지 않았는가?’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하나님의 기쁘신 뜻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다’ 선택하시는 길을 택하시는 대신, 기쁘신 뜻 안에서 어떤 이들은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이때 '어떤 이는 선택하지 않기로' 하신 것, 이를 ‘유기’라고 합니다.
15조는 이 유기를 방금 말씀드린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일 첫 부분에서 유기를 “어떤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이어서 “그들을 지나치셨다.”라고 말합니다. 그다음 문장에서는 "그들을 그냥 버려두시고”라고 하였고," 구원의 믿음과 회심의 은혜를 그들에게는 베풀지 않기로 작정하셨다.”라고 했습니다.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그들의 갈 길을 그대로 가도록 내버려 두셨다.”라고 하였습니다.

곧 '소극적 언급'입니다. '적극적 버리심'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음", "지나치심”, “내버려 두심", "베풀지 않으심"입니다. 우리는 이런 신조의 언급들을 통해서 중요한 사실, 즉 성경이 유기에 대해 말할 때 적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식으로 언급하려고 한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죄에 대한 생각

그런데 유기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중에 있는 중요한 한 가지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기'라는 것은 어쨌든 하나님께서 어떤 이들을 버리시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는 사실 '죄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어떤 이들을 버리신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제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말한다고 해도 결국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선택하는 길을 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즉 유기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유기를 대할 때 만약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버리신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서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유기를 정하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유기의 문제를 사람들이 '전혀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들을 내버려 두기로 정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 사람들의 오해처럼 그런 방식은 아니다.”라는 것을 먼저 정리를 하고 본론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유기에 대한 사람들의 흔한 오해'란, 사람들이 '유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유기하시는 하나님'을 매우 매정하고 박한 신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매우 성실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을 단지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지옥에 던지시는 하나님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 중에 어떤 이를 단지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지옥에 던지시는 하나님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자기가 힘이 있는 신이라고 해서 순박하고 착한 이들을 무시무시한 곳에 내던지는' 신처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생각은 불신자에게는 극심하고, 신자라고 해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불신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게 말이 돼? 평생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꼴랑 예수 안 믿는다고 지옥에 던진다니! 그런 이기적인 신이 어디 있어!”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신자들은 무언가 하나님에 대해서 변호를 해 주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심정적으로는 이 불신자의 말에 공감이 됩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거든요. 자기가 생각해도 하나님이 이기적인 신 같은 것입니다. 비록 내가 믿고 있기 때문에 변호는 하지만 그럼에도 사실은 신자인 나조차도 마음에 의구심이 들고 저 불신자의 말에 사실은 더 동조하고 싶은 그런 심정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기에 관한 사람들의 흔한 오해'입니다.

유기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불신자들, 심지어는 신자들조차도 '유기하시는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끝까지 안 믿고 죽는 사람이 많이 있고, 성경을 펼쳐 보면 "예수 안 믿으면 구원 못 받는다."가 진리이니까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을 지옥에 던지시는 하나님은 정말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부분이 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의 핵심에는 방금 말씀드린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수 안 믿는 정도로 지옥에 보낸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야!‘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말 '유기'는 썩 괜찮은 사람을 지옥에 던지시는 일일까요? 그래서 사실은 신자라 하더라도 어떤 이를 지옥에 던지시는 하나님을 옹호하는 일이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죄라는 것이 무엇인지’, ‘죄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근본으로 돌아가 야고보서 말씀을 기억합시다.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서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약 1:17

야고보서 말씀은 “모든 좋은 것이 다 그분께로부터 온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말해야 합니다. “모든 좋은 것이 다 그분께로부터 '만' 옵니다.”

사람의 근본적인 자의식, 곧 사람이 자기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를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 보면, 사람은 자기를 생각할 때 '자신의 현재 모습'이 자기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자기가 지금 그럭저럭 선하게 살고 있는 것이 '어떤 이의 덕'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원래 그래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만약 야고보서의 말씀대로 '선'이라는 것이 단 한 톨이라도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주 약간이라도 선할 수 있는 것은 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우리는 이 점을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하나님의 작용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자체로 악마일 것입니다. 즉 사람이 지금의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자체, 자기의 현재 모습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은총이 작용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우리가 마귀가 아닐까요? 왜 사람이 하나님을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선의'모습이라도' 가지고 있을까요? 선과 악이라는 것은 중립 지대가 없습니다. 회색이 없습니다. 하나님께는 악이 없으시고 마귀에게는 선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하나님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부분적으로나마 선을 가진 모습을 가질 수가 있을까요? 선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그 자체가 이미 악마입니다.
그런데 왜 불신자는 악마가 아닙니까? 선의 근원이시고 선 그 자체이신 하나님을 떠난 모든 사람이 왜 악마가 아닙니까? 그건 사람이 하나님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긍휼하심으로 이 세계를 유지하시기 위하여 그들에게 선을나누어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이 불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사람이 보기에) 선한 모습을 살고 있는것은 자신의 능력이나 선함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나는 나름 선하게 사는데, 왜 하나님 안 믿는다고 구원을 못 받아!”라고 할 때, 그 “나름 선하게 사는데"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은혜로 선을 나누어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거역하고 있어도, 사실은 존재 그 자체가 이미 하나님께 기대어있도록 하나님께서 그에게 은총을 베풀고 계셔서 이 세계가 악마들의 아귀지옥이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하나님이 이 모든 것으로부터 손을 완전히 떼신다면 인간은 완전한 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나름 선한데 왜 나를 지옥에 보내냐?”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선함이 단 한 톨도 없을 테니까요. 죄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에서 신자들조차도 불신자가 "나는 예수 믿는 거 말고는 다 괜찮은 사람인데 단지 자기를 안 믿는다고 지옥에 보내는 신은 이기적이 아닌가?”라고 하는 말에 심정적 동의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왜 심정적 동의가 되는지를 아시겠습니까? 신자들조차 이런 이야기에 심정적 동의가 되는 이유는 우리조차 죄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죄는 그야말로 '하나님 없음' 입니다. 죄는 빛의 정반대, 빛이 하나도 없는 암흑입니다. 그렇다면 이 와중에 있는 죄인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에도 그 사람이“나는 하나님 안 믿는 거 외에는 다 괜찮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세상에 살면서 나름 선하게 행했던 것은 모두 거기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하나님이 빠져 버려도 그가 여전히 "나는 괜찮게 살 수 있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개입이 멈추면 그는 악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그야말로 악마가 되겠지요. 하나님께서 개입을 멈추시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받기에 억울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눈꼽 만큼이라도 선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총 때문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선을 행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하나님으로부터 바깥으로 뛰쳐나간 자에게 어떤 식으로 자비와 구원이 있을 수 있을까요?
사탄에게, 마귀에게, 악마에게 내리는 형벌이 '마땅한' 것이라면 하나님 없는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도 똑같이 '마땅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개입을 멈추신 지옥에 있는 영혼들은 궁극적으로는 마귀와 같습니다. 선이 한 톨도 없는 존재, 하나님의 선하심이 하나도 없는 존재니까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죄에 대해 좀 더 단호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죄는 '아주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나쁘지는 않은 것'이 아닙니다. 죄는 "나는 기독교인이니까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을 죄라고 하기는 하는데 그게 왜 그토록 나쁜지는 잘 모르겠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죄는 '본질적으로 사망'이며, '하나님 없음'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이신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므로 거기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빛이신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므로 거기에는 빛이 없습니다. 선의 근원이신 하나님이계시지 않으므로 거기에는 선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불능'입니다. 불능으로서의 죄! 불능으로서의 사망! 그것이 죄와 그 결과의 정체입니다. 이런 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예수 안 믿는 것 외에는 괜찮을 수 없습니다. 심판과 형벌은 마땅한 것입니다.

유기의 주제

이제 ‘유기'의 주제로 들어가 봅시다. 요나서의 말씀을 통해 유기에 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나는 B.C. 8세기 즈음 여로보암 2세 때 활동했던 선지자입니다(왕하 14:25). 요나서의 시작은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로 가서 그 성읍에 멸망을 선포하라고 지시하시는 내용입니다. 당시 앗수르 제국은 매우 강력한 제국으로서 요나가 활동했던 북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원수 국가였기 때문에,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슬러 다시스로 도망칩니다.

니느웨의 회개와 하나님의 용서

요나서 3장 3절과 4절에 보면 니느웨는 대략 3일 길이었다고 되어 있는데 요나는 대충 하루 정도 돌아다니면서 외칩니다. 분명히 "3일 길”이라고 썼는데 “하루만” 외쳤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고의적입니다. 대충 외쳤다는 말입니다. 요나는 그야말로 '마지 못해'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니느웨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고, 금식을 선포하고, 높고 낮은 자를 막론하고 굵은 베를 입고 회개합니다(5절). 심지어 이 소문을 들은 왕조차 조복을 벗고 굵은 베를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합니다(6절). 왕은 조서를 내려서 사람뿐 아니라 짐승조차 아무것도 먹지 말고 회개하라고 명을 내립니다. 7-9절에 이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왕과 그의 대신들이 조서를 내려 니느웨에 선포하여 이르되 사람이나 짐승이나 소떼나 양 떼나 아무것도 입에 대지 말지니 곧 먹지도 말 것이요 물도 마시지 말 것이며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다 굵은 베 옷을 입을 것이요 힘써 하나님께 부르짖을 것이며 각기 악한 길과 손으로 행한 강포에서 떠날 것이라 하나님이 뜻을 돌이키시고 그 진노를 그치사 우리가 멸망하지 않게 하시리라. 그렇지 않을 줄을 누가 알겠느냐 한지라“

놀라운 일입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을뿐더러, 하나님의 나라였던 이스라엘을 쳐서 정복했던 앗수르가 어떻게 이렇게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올 수가 있었을까요? 어떻게 선지자 한 명이 외쳤다고 해서 이렇게 삽시간에 하나님의 적국이 하나님께 참회의 모습으로 나아올 수 있었을까요?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보시고 뜻을 돌이키셨습니다. 10절은 “그들이 행한 것 곧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난 것을 보시고 뜻을 돌이키사 그들에게 내리리라고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니라"라고 맺고 있습니다.

이 말씀에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다음 장인 4장을 보면 요나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용서하신 것을 싫어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 제가 이럴 것 같아서 오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닙니까? 하나님은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셔서,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않으실 줄을 제가 알고 여기 오지 않으려고 한 것이 아닙니까?" (욘4:2를 의역한 것)

요나는 니느웨가 멸망하기를 바랐는데, 자기가 증오하는 이 성읍이 용서받게 되는 도구로 자기가 사용된 것이 싫고 못마땅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박넝쿨을 준비하셨다가 마르게 하는 일을 통해서 요나가 고통당하는 것으로 넘어가면서 마무리됩니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재배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 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욘 4:10-11)

어떤 사람들은 ‘교회'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하나님의 성민,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개념은 없고 교회를 사회봉사 단체 정도로 생각하곤 합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의 경우 '구속사'라든지 '성경 역사의 진행 방향'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 교회나 신앙, 믿음이란 것이 '세상에서 좀 더 착하게 사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분들입니다. 신학이 없고, 성경적 믿음이 무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전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교회를 사랑하시므로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좋아하고, ‘구속사’를 좋아하고,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에 감격하고, '언약 백성'이라는 말에 감동을 받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말하는 “죽어 가는 영혼들을 위하여!"라는 구령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구속 역사는 오직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한 차별적 사랑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멸망받아 마땅한 죄인들' 정도일 뿐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요나서 4장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멸망받을 불신자들'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 불쌍히 여기신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제가 한창 대학교를 다니면서 구속사를 공부할 때, 저희에게 구속사를 가르쳐 주신 분들이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하나님이 물론 세상을 사랑하시지! 하지만 그건 '피조물에 대한 창조주로서의 사랑' 외에 아무것도 아니야. 하나님은 자기 백성인 교회를 사랑하시고 이방인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시기 때문에 '자기 백성에 대한 사랑'과 '일반 피조물에 대한 사랑'은 전혀 달라.”

맞습니다. 매우 정확한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이 말은 자기도 모르게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에 교회만 중요하고 세상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고착화 되게 만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물론 교회의 우선성은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교회와 하나님의 백성들을 ‘차별적으로’ 사랑하십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을 전혀 측은히 여기지 않는 우리의 태도에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반역하는 세상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궁극적으로 모든 세상, 즉 저 믿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 아예 관심을 갖고 계시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신약 시대에 와서 복음을 온 세계, 모든 민족에게로 확장하셨겠습니까? 에베소서 같은 성경들이 보여 주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는 궁극적으로 온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타겟은 죽어 가는 모든 이들입니다.

단지 그들 중 다수가 여전히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을 뿐, 하나님께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계시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가 돌아오지 않는 것'과 '하나님께서 완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다른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 관심이 없지 않으십니다.
결국 우리는 '교회 사랑', '언약 백성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을 빌미로 해서 내가 생각하고픈 것을 하나님께 주입합니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을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요나서를 읽어 보면 하나님께서는 멸망 당할 이들에 대해 한없는 애처로움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불신자들도 사랑하십니다. 비록 그들을 구원하지 않으신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마치 죄 가운데 멸망당할 이들을 사랑하시지도, 애처로워하시지도, 이들을 향한 긍휼을 갖고 계시지도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너는 나를 안 믿으니 탈락!"이라고 하시면서 매정하게 사람들을 지옥에 던지시는 분이 아닙니다. 요나서의 이 말씀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그러니)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여기 “아끼다”는 히브리어로 ‘측은히 여기다', '불쌍히 여기다'(히. 후스)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라고 하셨는데,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라는 말은 통상 어린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떤 주석은 이것을 7세 이하“ 정도의 아이라고 말했는데, 쉽게 말해 아이들만 12만 명이 니느웨 성에 있었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을 언급한 이유는 아이들 자체를 말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측은지심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순진한 아이들까지 죽이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요나서 마지막 절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얼마나 불신 세계의 사람들조차 불쌍히 여기시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기’라는 주제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교훈은 하나님의 심판이 엄중한 이유가 멸망당하는 사람들의 죄악이 위중해서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를 선택하시는 하나님께서 여전히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시는지를 동시에 잘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교의학 서적들을 읽거나 교리를 설명하는 글들을 찾아보면 개혁파에서는 유기 교리를 말할 때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주제만 부각시킵니다. 그래서 유기는 언제나 '세상을 심판하심으로써 드러나는 하나님의 공의'라는 측면에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유기 교리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한편을 멸망시키시더라도 그분의 공의가 만족된다는 것이 마치 성을 불태우면서 포도주를 마시고 크게 웃는 악랄한 왕 같은 이미지로 하나님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하나님께서는 유기를 작정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매우 사랑하셨습니다. 그들을 벌주시는 것이 하나님 자신을 매우 흡족하게 하거나, 기쁘시게 하거나, 즐겁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버려둠에 대해서 말함으로써 그것이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킨다고 우리에게 확고하게 알려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버리기를 즐거워하는 신'은 아닌 것입니다. 이것이 유기 교리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

그러나 니느웨의 멸망, 그리고 그것이 주는 교훈

끝으로 여기에 덧붙여, 요나서의 '결국'에 대한 말씀을 함께 숙고하겠습니다. 우리는 방금 니느웨의 회개와 하나님의 용서, 그리고 특히 요나서의 마지막 절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불신 세계였던 니느웨조차 불쌍히 여기신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요나서는 반드시 나훔과 함께 읽어야 한다.

나훔의 제일 첫 부분을 읽어 보겠습니다.

”니느웨에 대한 경고 곧 엘고스 사람 나훔의 묵시의 글이라 여호와는 질투하시며 보복하시는 하나님이시니라. 여호와는 보복하시며 진노하시되 자기를 거스르는 자에게 여호와는 보복하시며 자기를 대적하는 자에게 진노를 품으시며 여호와는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권능이 크시며 벌 받을 자를 결코 내버려두지 아니하시느니라. 여호와의 길은 회오리바람과 광풍에 있고 구름은 그의 발의 티끌이로다 … 누가 능히 그의 분노 앞에 서며, 누가 능히 그의 진노를 감당하랴. 그의 진노가 불처럼 쏟아지니 그로 말미암아 바위들이 깨지는도다“(나 1:1-6)

요나와 나훔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결국에는 니느웨를 멸망시키셨다는 것을 기억하고 요나서를 읽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좀 당황스러운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나훔까지 읽고 나면, 그제서야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됩니다. 요나서에 나오는 니느웨의 회개는 '일시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니느웨의 백성들을 '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돌이킨'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훔은 니느웨가 어떻게 하나님께 멸망당해야 마땅한지를 상세히 서술합니다. 그러니까 니느웨는 나훔에 나오는 멸망의 시기로부터 약 150년쯤 전에 요나 선지자를 통해서 '잠깐' 회개했습니다만, 결국 자기의 길로 계속 갔고, 후에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했습니다. 요나가 약 B.C. 760년 경에 활동한 선지자였고, 니느웨는 대략 B.C.612년 경에 멸망합니다. 이 말씀은 좀 어렵습니다. 이런 생각이 즉시 듭니다.

'아니, 조금 전에 하나님께서 불신 세계의 사람들도 긍휼히 여기신다는 말씀을 들었잖아? 그런데 왜 하나님은 결국 니느웨를 멸망시키신 거야?"
이를. 약간 다른 방식으로 물어봅시다. 좀 더 궁극적인 질문입니다

만약 니느웨가 결국은 멸망당해야 할 운명이었다면, 그들이 완전히 악으로부터 떠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은 요나를 통해서 일시적으로 그들을 회개시키신 것일까?
니느웨의 회개는 일시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궁극적으로 구원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요나의 시대에 그들이 잠깐 회개토록 하셨고, 그래서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 하나님께서 세상을 불쌍히 여기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결국에는 멸망당할 나라, 멸망당할 성읍을 왜 잠깐 회개케 하신 것일까요?

이는 교회인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요나서를 읽을 때 우리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요나서나 나훔서가 '니느웨를 위한 책'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요나서나 나훔서는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곧 요나서를 읽고 듣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대상은 니느웨나 앗수르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요나서의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멸망당할 니느웨를 잠깐 회복케 하셔서 그들이 용서받는 것을 보여 주신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디에 있습니까? 결국 하나님의 목적은 이스라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데 있습니다.
회개하면 저 불의한 자들도 용서한다. 그러니 너희도 회개하라.

우리는 이런 말씀을 들을 때 마치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격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지나갑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토록 자비와 긍휼을 베풀기 원하셨어도 니느웨는 결국 회개치 않았고, 똑같은 일을 그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조차 예로 사용하셔서 자기 백성을 건지시기 원하시는 애타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요나서와 나훔서를 읽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은 멸망당할 세상을 향하여도 애처로운 사랑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조금은 메마르고 건조하지만, 이렇게 정리해 봅시다.
하나님께서는 유기의 작정을 계시하시면서까지 교회에게 선택의 의미를 더욱 잘 깨닫게 하셨다.

유기를 통하여 선택의 의미를 깨닫게 하신다…. 복잡한 심경입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 하나님의 '분투하는 사랑' 입니다. 15조의 첫 번째 문장을 봅시다. "모든 사람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은 선택되지 않았다, 즉 하나님께서 그분의 영원한 선택 가운데서 그들을 지나치셨다."라고 증언하는 데에서, 우리를 택하신 이 영원하고도 과분한 은혜를 특히 더 선명하게 조명하여 줍니다.
유기를 통하여 어떤 점이 나타났습니까? “우리를 택하신 이 영원하고도 과분한 은혜가 특히 더 선명하게 조명”됩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에게 '유기된 자들'을 알려 주신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유기는 슬픈 일이지만, 자기 백성이 그것을 보고 “이 영원하고도 과분한 은혜”를 깨달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암(暗)’이 없으면 '명(明)'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유기'는 하나님의 기뻐하심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유기의 교리'를 자기 백성들에게 알려 주신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이 '유기'를 통해서 드러나는 선명한 그림자를 통해, 우리의 밝음이 더욱 가치로운 것임을 깨닫고 찬송하도록 하시기 위한 것입니다.
선택의 예정이 유기의 예정을 통해 빛나지 않으려 했다면, 하나님께서 이것을 알려 주실 필요가 없으셨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에 적지 않고도 불의한 자들을 지옥에 던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를 선택하였다.”라고도 말씀하시지만, 동시에 "내가 저를 버렸노라.”라고도 말씀하심으로써, 유기를 통해 선택이 빛나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불신자도 사랑하십니다. 하지만 불신자의 결국까지 하나님의 사랑 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불의는 결국은 심판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불의와 그에 대한 심판을 통해 우리의 선택이 빛나도록 하셨습니다. 어떤 이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시고 그들의 악함 그대로 버려두시는 일(유기)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희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내가 너희는 그대로 버려두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조금 더 잘 알기를 바라셨습니다. 하나님의 이 마음을 누가 다 알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