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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4일 제16주일 설교
2016년 4월 24일 제16주일 설교
성경읽기 : 롬6:1-14
주제: 죽음의 죽음
설교본문 : HC 1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에스더서에는 실로 ‘대반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들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하만이 모르드개를 달아 죽이려고 준비했던 나무에 자신이 달린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만의 계략에 관여하셔서 오히려 대적이 하나님의 백성을 죽이려 했던 그 나무에 대적 자신을 다심으로써 역전을 이루셨습니다. 하만이 유대인들을 모두 몰살하려고 정했던 날에 오히려 유대인들이 대적들을 모두 몰살하게 된 것도 같은 일입니다. 유대인들이 원래 모두 죽었어야 할 날이 대적을 오히려 모두 섬멸하는 기쁨의 날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실로 성경 속에서 ‘대반전’을 이루셨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도 대표적으로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콘스탄틴의 기독교 국교화와 같은 것이 그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로마는 기독교를 여러 차례에 걸쳐 박해했던 원수였습니다. 3세기까지의 교회는 기껏해야 박해하는 황제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종교적 관용을 베푸는 황제가 권력을 잡아 핍박을 면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하나님께서는 교회의 핍박자였던 로마의 황실에 기독교를 심으셔서 상상할 수도 없는 대반전을 만드셨습니다. 교회를 죽이고 핍박하던 자들이 도리어 기독교인이 된 것이며, 기독교의 대적자였던 로마가 기독교국이 된 것입니다. 실로 ‘대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큰 사건이 일어나는 대반전 정도가 아니라 “악한 도구가 되었던 그것이 도리어 최고의 도구로 변모되는 종류의 대반전”입니다.

오늘 우리는 교리문답 제 16주일을 통해서 “그리스도 죽음이 행한 일”에 대해 말씀을 상고해 보려고 합니다. 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묵상 속에는 우리가 앞에서 언급했던 이러한 놀라운 ‘대반전’, 즉 “악한 도구 그것이 도리어 최고를 여는 열쇠가 되는 대반전”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말씀에서 다룰 구체적인 주제는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이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가?”입니다. 주님께서는 “죽으심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변형시키셨습니다!” 로마서 6장이 이 내용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교리문답 16주일의 내용과 로마서 6장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이 과연 어떤 일을 이루셨는지를 듣도록 합시다.

주님께서 죽으심으로써 이루신 일의 의미를 잘 묵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주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하셨던 말씀인 “다 이루었다”는 말을 잘 이해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주님께서는 돌아가실 때 “다 이루었다”고 하셨을까요?

주님께서 맛보신 그 죽음은 유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죽으심은 우리가 전혀 이해할 수도 없는 고통스러운 것으로서, “하나님의 모든 진노를 짊어지시는” 참혹하고 혐오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하셨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는 주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쏟아지는 진노인 십자가 앞에서는 “할 수 있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겨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 강철같은 의지를 지니셨던 주님께서 자신의 앞에 놓인 사명을 회피하고 싶어하시면서 기도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는 사실 대단히 놀라운 기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이전의 다른 일들에서 이런 적이 없으셨기 때문에 이러한 나약해 보이는 주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이 죽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해 줍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신다는 일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님께서 이 하나님의 진노를 모두 짊어지시는 일을 담당하셨을 때,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통 가운데 외치셨을 주님의 이 말씀은 이상하게도 희열과 안도감을 보이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런 주님의 외침은 똑같이 십자가에서 달린 채로 말씀하셨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말씀과 같이 있을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가 십자가 고통, 곧 하나님의 진노를 지는 고통의 너무나 큼을 보여주는 반면에, “다 이루었다”라는 말씀은 그 죽음이 마치 희망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님께서 지금 죽으시는 장면은 하나님의 모든 진노를 짊어지시는 저주스런 죽음입니다. 그러므로 이 죽음은 고통스런 죽음입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돌아가실 때 단순히 고통스러워만 하신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죽음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을 통해 이루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스도께는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우리의 모든 죄에 대한 희생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다 이루었다!’ 즉,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고 우리의 구원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앞의 교리문답들에서 배운 적이 있습니다. 교리문답 제 6주일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신성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진노의 짐을 인성에 짊어지심으로써 의와 생명을 획득하여 우리에게 돌려주셨다”(17문과 18문의 조합)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돌아가실 때 “자신이 희생제물이 되심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이 “다 이루었다”라는 말씀 안에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그분께서 행하신 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분은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을 때” 죽음의 의미도 변형시키셨습니다.

죽음이 무엇입니까? 사망이 무엇입니까? 죽음이란 것은 모든 사람이 맛보아야 할 처참한 최후입니다. 죽음이란 것은 우리 죄의 절정이며, 이 죄의 결과물이며, 아무도 피해가지 못하는 모든 인생의 종착점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절망의 끝입니다. 인간의 한계성입니다.
비교 종교학에서는 종교의 출발점을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찾습니다. 왜 종교가 생겼느냐?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종교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사후 세계가 있다고 상정하면 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좀 덜어지겠지....라는 생각에서 종교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종교에서건, 아무리 이 죽음을 초월하려고 할지라도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우리의 두려움이 없어졌습니까? 죽음을 승리한 사람의 종교들이 있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죽음을 얕잡아 보면서 말하려고 할지라도, 죽음은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폭군입니다. 세상 어떠한 사람도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없고, 세상 어떤 사람도 죽음을 환영하며 기쁘게 맞는 사람은 없습니다. 죽음은 사람에게 언제나 한계상황이며, 죽음은 언제나 사람에게 절망을 안겨다 주는 대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께서 “죽음 안에 들어가심으로써” 행하신 중요한 일이 바로 “죽음을 통해 이 죽음을 극복하신 것”입니다.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는 의미를 잘 묵상해 보십시오. 성경은 우리가 원래 ‘사망 가운데 있는 자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사망 가운데 있었다는 것은 우리는 “필연적으로”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죄의 결과물인 사망의 종이 되어 이 죽음이라는 참혹한 결과에 묶일 운명인 자들이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은혜로 가까이 가려고 하여도 갈 수 없었고, 죄를 짓고 싶지 않다 할지라도(아니 사실은 우리가 죄를 짓고 싶어하여 짓는 것이지만)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죄의 본질이며 핵심인 그 ‘사망 안으로’ 걸어 들어가심으로써 사망을 부수셨습니다. ‘사망을 사망케 하셨습니다.’ 죽음을 죽게 하시고, 사망을 사망케 하신 것이 바로 우리 주님께서 죽으심으로써 행하신 일입니다. 과연 우리가 설교의 서두에서 들었던 예들처럼 “멸망의 도구를 가지고 멸망을 죽임으로써 최고의 복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 바로 우리 주님의 죽으심입니다!

마틴 루터는 이 장면을 아주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왜 이 죽음이 은혜인가? 그것은 그 죽음이 ‘죽음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사실은 세상의 모든 다른 죽음들과 전혀 다른 성격의 죽음이셨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죽음은 “죄에 굴복하여, 죄 때문에 말려들어가” 죽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심으로써 죽으심을 부숴버리신 죽음”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사망을 극복하신 것입니다.

오늘 읽은 말씀 로마서 6장 10절과 11절 말씀을 잘 보십시오. 10절에서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장면을 “죄에 대하여 죽으심”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이 표현에 주목하십시오. “죄에 대하여 죽는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원래 ‘죄’와 ‘죽음’과의 관계는 인과관계입니다. 죽음은 죄로 말미암아 오는 것이고, 죄는 죽음을 불러오는, 초래하는 것입니다. “죄에 대하여 죽는다”가 정상적인 표현이 아니고, “죄 때문에 죽는 것”이 정상적인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이상합니다. 분명 동류이고 같은 계통인 ‘죄’와 ‘죽음’이 서로 상반되게 말해지고 있습니다. 즉 “죄가 죽습니다!!!” 이는 진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어떻게 ‘죄’가 죽을 수 있습니까? 죄는 자기가 죽는 것이 아니라, 죄는 죽음을 몰고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죄’가 죽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이 일이 바로 그리스도 때문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은 ‘죽으심’으로 인해 십자가 아래, 사망 아래 굴복하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심’으로 그 죽음을 해체시켜 버리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심’으로 그 죽음의 본질인 죄를 분쇄시켜 버리셨습니다.

만약 그리스도께서 이런 방식으로 죽음의 의미를 바꾸지 않으셨다면, 주님의 죽으심은 단지 한 모형으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냥 ‘죽음’을 ‘부활’이라는 것으로 초월하신 “한 사례”가 되셨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단지 홀로 ‘극복’하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이 모두 다 가야만 할 “죽음의 길 자체를” 바꾸어 버리셨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죽음의 길이 전혀 다른 종류의 길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절인 11절은 이것을 우리에게 적용시킵니다. “그리스도만이 아니다.”,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 죽은 자로 여길찌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입니까? 원래 우리는 죄‘로’, 죄‘ 때문에’ 죽었던 자들이었습니다. 즉 우리에게 있어 죽음이란 것은 ‘죄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결과물이었을 뿐입니다. 죽음은 죄로 인하여 우리가 도달하여야 할 종착점이었습니다.
하지만 11절 말씀을 보십시오! 성경은 말씀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바꾸셨다! 이제는 너희도 ‘죄가 쏘는 것으로서 죽는 것’이 아니라! 이제 너희도 그리스도처럼, “죄를 죽이는 자들”이 된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우리는 더 이상 ‘죄로 인해 죽는 것’이 아니라, ‘죄를 죽이는 자’가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그러므로 이렇게 된 신자에게 있어서는 “죽음이 곧 생명”입니다. “죽음이 곧 출생”입니다. 로마서 6장이 밝혀주고 있는 신자의 죽음이 무엇입니까? 십자가에서의 그리스도의 죽음과 같은 종류의 죽음인 ‘세례!’ 그것이 바로 신자의 죽음입니다. 그런데 신자의 이 죽음, 신자의 이 십자가에 못박힘은 그냥 그대로 ‘죽음’입니까?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셨기 때문에 우리의 죽음도 그 죽음을 통해 우리가 ‘죽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죄를 못박아 죽여 버리고,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43문의 내용입니다. 43문은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 말합니다. 하지만 교리문답에서 말하고 있는 이 “우리의 죽음”은 “죄 때문에 우리가 당하게 되는 멸망으로써의 죽음”이 아닙니다. 43문이 말하고 있는 우리의 죽음은 우리가 방금 로마서를 통해 들었던 그 “십자가에서의 죽음”입니다. 43문의 답을 보십시오.

“그리스도의 죽으심의 공효로 우리의 옛사람이 그와 함께 십자가에 달리고 죽고 장사되며 그럼으로써 육신의 악한 소욕이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우리 자신을 그분께 감사의 제물로 드리게 됩니다.”

분명, 우리 역시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다면, 그것은 외형적으로는 그냥 같은 죽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죽음은 전혀 “죄의 결과”로서의 죽음이 아닙니다. 로마서 6장 6절의 말씀 “우리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것은 죄의 몸이 멸하여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하지 아니하려 함이니!”라는 말씀과 43문의 답에서 말하고 있는 “우리 옛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리고 죽고 장사되었다”라고 하는 이 죽음은 ‘죄의 결과’로 죽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죄가 죽었다”고 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전처럼 죽음을 대합니다. 죽음을 맛봅니다. 하지만 이 죽음은 “죄에 굴복하는” 죽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죄를 죽이는” 죽음입니다. 그래서 이 죽음을 성경과 교리문답은 “옛 사람의 죽음”이라고 말하고, “우리의 육신의 악한 소욕이 죽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일이 바로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이루신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에 직접 들어가셔서 죽음을 변화시켜 버리셨고, 그로 인해 우리는 이제 오히려 “죄를 죽이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례”입니다.

성경의 이러한 통찰력 아래에서 ‘죽음’을 바라보게 될 때, 우리는 교리문답 저자들의 혜안에 놀라게 됩니다. 우리가 방금 논한 이 내용들을 심도 깊게 이해했기 때문에 교리문답은 42문에서 “신자의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 것입니다. 41문과 42문의 연결성에 우리는 놀라게 됩니다.

사실 교리문답 16주일의 내용은 사실은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에 대해 묻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42문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약간 생뚱맞아 보일 수 있습니다. 교리문답의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진실로 장사되셨”음에 대해 41문에서 묻습니다. 즉 주님께서 “완전히 죽으셨음”을 말합니다. 그 앞의 40문을 보아도 이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죽으셨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느닷없이 42문은 “신자는 왜 죽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사실 맥락으로 볼 때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질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교리문답이 이렇게 질문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오늘 다루고 있는 이 내용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변형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이 ‘죄를 죽이는 죽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세례를 받을 때 무엇을 확인했습니까?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내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례에서 물뿌림이나 침례에서 물에 잠기는 것은 우리가 ‘죽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죽음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고백했습니까?

죄의 결과로 죽어버렸다는 것을 고백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이 세례를 통해서 우리가 ‘죄에 대하여’ 죽었다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즉! 우리는 ‘죽은’ 사람이었다가 ‘죽은’ 사람이 되었는데! 앞의 ‘죽은’은 죄 때문에 죽어 있었다는 뜻이고, 뒤의 ‘죽은’은 옛 사람이었던 죄를 죽였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과거 ‘죽은’ 사람이었다가, 이제 전혀 새로운 의미에서 ‘죽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고백한 내용입니다.

교리문답은 왜 그리스도의 죽음을 말하다가 갑자기 “그런데 성도는 왜 여전히 죽어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왜 이것을 묻겠습니까?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성도의 죽음의 의미가 완전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사역이 없었을 때 우리에게 ‘죽음’이란 죄의 결과이며 한계상황이었는데 그리스도의 죽으심 때문에 죽음의 의미가 변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더 이상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42문은 훌륭하게 대답합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의 영원한 주림과 비참의, 죄의 원인을 제거해 주지만, 지금 동시에 죄의 모든 결과들은 제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죽음이 있습니다. 죽음뿐만 아니라 고통과 질병과 투쟁과 어려움과 같은 수많은 죄의 결과들이 남아 있습니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여전히 죄악된 본성을 가지고 있고, “죽을 몸”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는 세상 속에서, 교회에서, 가정에서 우리의 수많은 관계들은 죄를 폭로해 줍니다. 얼마나 죄악되고 힘들고, 어렵고 갈등도 많습니까! 그러니 죄의 원인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동시에 죄의 모든 결과도 사라졌다고 하는 제안은 비성경적인 것입니다. 죄의 원인은 즉시 제거되지만, 죄의 결과들은 시간의 과정 속에서 서서히 사라집니다.

여러분! 우리가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마지막 죽는 그 시간일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영적인 성장의 삶과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이제 여러분! 우리는 다시 처음 결론으로 돌아갑시다. 사망은, 죽음은 아직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사망이 제거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은 마지막 위대한 부활의 날입니다. 그러나 잠시 동안 사망의 기능과 사망의 세력이 변경되고, 변화되어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작정에 제한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는 것은 이미 구약에서 약속된 것이고, 신약에서 아주 분명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 파괴적이고 전멸을 초래하는 사망은 더 이상 하나님의 자녀들을 붙잡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 마지막 원수로서 우리에게 임했던 사망이 이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해 우리의 편이 되었습니다. 비록 사망이 하나님과 인간들의 교제를 파괴시키기 위해서 의도되어졌을지라도, 이제 사망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성도들이 하나님과 더 나은 교제로 들어가는 통로로 사용됩니다. 십자가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죗값을 지불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죗값을 스스로 지불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속죄의 법칙입니다. 우리 교리문답은 42문의 답에서 “우리의 죽음은 우리 죄 값을 지불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교리문답은 우리의 죽음은 “죄를 끝내는 것”으로 말합니다. 사망은 생명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죄를 끝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질문과 답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의 질문 배열의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죄에 대해 미친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질문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과거에 우리는 ‘죄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죄 때문에 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이제 ‘축복의 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됩니다. 우리는 이제 죽음을 통해 “죄 짓는 것을 그치고 영생에 들어갑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비한 고백입니까!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으로써 어떻게 죽음을 극복하셨는지”를 들었습니다. 마치 그리스도께서는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셔서 적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변화시켜 적진을 초토화시키는 무기로 바꾸어 버리셨습니다. 사탄의 가장 강력한 무기! 죄의 가장 강력한 영향력! 이었던 죽음은, 이제 성도에게 있어서는 ‘죄를 죽이는 도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를 깨달은 신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리스도께서 죄를 극복하신 것을 들은 신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모든 것을 자기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하나님 앞에 겸허해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할 때 가장 불가능한 것까지도 하나님 자신의 뜻과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선한 일로 바꾸시는 분이십니다.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깊숙이 깨닫고 이해하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는 사탄의 무기의 정점을 가지고 사탄을 정복하는 도구로 삼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가장 절정의 한계상황인 죽음을 극복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그 죽음에 매이지 않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을 통하여 죽음을 극복하셨다”는 것을 아는 성도는 인생에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인간의 최고의 한계가 죽음인데, 그것마저 축복의 도구로 변화시키시는 주님이시라면 우리가 인생에서 두려워할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내가 처한 가장 악한 상황조차도 가장 좋은 도구로 만드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어떠한 도구로 만드시기 위하여 죽으심을 통해 죽음을 정복하셨는지를 분명히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달은 신자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육체의 소욕을 죽이고” 하나님의 영광의 새로운 도구로 재창조하시기 위하여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생에 유익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에 가장 먼저 있습니까? 내 삶에서 가장 우선적인 일은 무엇입니까? 땅의 일에 집착하고 육체의 욕망을 이루는 일에 먼저 관심이 쏠리지 않았습니까? 십자가에 우리의 죄를 못박은 자의 삶으로 살도록 하십시다. 죄를 죽이고, 하늘에 우리의 소망을 두며, 우리의 눈을 들어 그 관심을 하늘에 있는 하나님 아버지께 두는 우리들이 되도록 합시다. 죄에 매여 살면서 죄를 이기지도 못하고, 거기에 전전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것이 아닙니다. 죄를 극복합시다. 죄를 이깁시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에게 “대적의 문을 취할 권세”를 주셨음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왕의 자녀들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께서 죄를 극복하셨다는 것을 기억하는 성도는 그리스도께서 이 일을 통하여 무엇을 이루셨는지도 기억하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나 하나를 위하여 죽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물론 나를 위하여 죽으셨지만, “죄를 이기는 거대한 공동체”를 만드셨습니다. “죄를 이기는 거대한 공동체”가 무엇입니까? ‘교회’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죽으심을 통하여 죄악을 정복하셨을 때, 나 한 사람이 그것을 따라 그렇게 살라고도 명령하신 것이겠지만, 그 죽으심을 통하여 하늘에 승천하신 후 다시 보혜사를 내려 보내심으로서 “이 죽으심을 만방에 알릴 절정의 공동체”를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우리는 이 ‘교회’를 기억합시다. 나 한 사람을 위한 삶, 나의 정결을 위한 삶, 나의 죄씻음과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삶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이 사역이 구현된 교회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죽음이 정복된 증거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