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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파루시아
ㆍ작성일	2020-08-23 (일)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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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메섹 도상에서의 사울의 개종과 소명
다메섹 도상에서의 사울의 개종과 소명
2020년 8월 23일 주일 오전 설교
성경봉독 : 행 9:1-9
설교본문 : 행 9: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9장은 8장 앞부분에 등장한 핍박자 사울이 다메섹에서 승귀하신 예수님을 만나 회심하고 복음 전도자의 소명을 받는 사건과, 사도 베드로의 두 치유 사건을 기록합니다. 9장의 주제는 8장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주제의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8장은 핍박으로 인하여 흩어진 성도들이 전한 유대 지역에서의 복음 증거, 빌립을 통한 사마리아의 전도, 땅 끝으로 돌아가는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전해진 극적인 복음 전도를 통하여 은혜의 복음이 예루살렘과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을 거쳐 땅 끝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인 9장은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까지 복음을 선포할 한 사람이 소개됩니다. 승귀하신 예수님께서는 다메섹 도상에서 박해자 사울에게 나타나 그를 변화시켜 땅 끝까지 복음을 가지고 갈 사람으로 세우십니다. 사울은 다메섹에서 말씀을 전파하고(20절), 또한 예루살렘에서도 복음을 증거하다 핍박으로 인해 가이사랴에서 그의 고향 다소로 보냄을 받습니다(30절). 다른 한 편으로 저자는 사도 베드로가 행한 두 가지 기적의 결과로 말미암아 룻다와 욥바 지역에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주님께로 돌아왔는지를 보여줍니다(35,42절).

저자는 8-9장에 기록된 복음의 확산의 결과를 “그리하여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 많아지니라”(31절)고 요약합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더욱 더 분명해 지는 것은 이제 복음이 퍼져나갈 곳은 이방 땅, 곧 땅 끝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교회를 모으시고 보존하시는 하나님께서 땅 끝까지 복음을 가지고 갈 사람, 전도자 사울을 준비시켜 놓고, 10장에 기록된 백부장 고넬료의 개종 사건을 통하여 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저는 “진리의 빛이신 예수님께서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을 만나 그를 회심시키며 소명을 주셨다”는 주제로 주의 말씀을 여러분들에게 선포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1절에서 저자는 주제의 전환을 예고하는 접속사 “한편”(데)을 사용하여 사울에 대한 묘사가 8장 대부분에서 보여주는 모습인 복음의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8:1-2절에서 예루살렘 교회를 핍박하여 흩어지게 하는 일에 주역이 된 사울이 여전히 “위협과 살기”가 등등하여 주님의 제자들을 대항하여 위협과 살인의 숨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사울은 대제사장을 찾아가 다메섹에 있는 유대인 회당에 가지고 갈 편지들을 요구합니다. 당시 대제사장은 외국으로 도피한 유대인들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울이 다메섹의 각 회당으로 가지고 갈 공문서는 예루살렘에서 도피하여 회당 예배에 참석하는 신자들을 체포하여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낼 줄 것을 각 회당 지도자들에게 요구하는 공문이었습니다.

사울이 교회를 핍박한 이유

그렇다면 여러분! 사울이 왜 이렇게 극렬하게 교회를 핍박하고 있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울의 극렬한 박해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사울이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님을 주 예수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믿는 신자들을 핍박하고 심지어 죽이는 일에 가담한 것은 그의 유대교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사울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나사렛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란 사실은 결코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는 결코 십자가에 처형될 수 없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메시아가 십자가에 처형되었다면 그는 메시아가 아니라, 거짓 메시아임에 틀림없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란 표현은 유대인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입니다(고전1:23). 유대교적 관점에서 나사렛 예수를 하나님 보좌에 좌정하신 천상 통치자로 선포하는 복음은 결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울의 기독교에 대한 핍박은 그의 신앙적인 신념과 헌신에 근거한다고 할 것입니다. 다음 성경구절에서 사울을 지배한 사상과 종교적 헌신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나도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대적하여 범사를 행하여야 될줄 스스로 생각하고 예루살렘에서 이런 일을 행하여 대제사장들에게서 권세를 얻어 가지고 많은 성도를 옥에 가두며 또 죽일 때에 내가 가편 투표를 하였고 또 모든 회당에서 여러번 형벌하여 강제로 모독하는 말을 하게 하고 저희를 대하여 심히 격분하여 외국 성까지도 가서 핍박하였고 그 일로 대제사장들의 권세와 위임을 받고 다메섹으로 갔나이다”(행26:9-12).

“내가 팔일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의 족속이요 베냐민의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로라”(빌3:5-6).

첫째, “나도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대적하여 범사를 행하여야 될 줄 스스로 생각하고”(행26:9)에서, 사울이 나사렛 예수를 대적하는 행위를 종교적인 의무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행하여야’ 한다는 말에 해당하는 헬라어 단어는 “데이”로 ‘반드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부여한 절대적인 의무 혹은 필연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둘째,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로라”(빌3:6)는 고백은 사울의 신앙적인 열심이 교회 핍박으로 나타났음을 지적해 줍니다. 사울에게 기독교의 핍박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의무에 대한 순종으로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너희를 출회할 뿐 아니라 때가 이르면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예라 하리라”(요16:2)고 제자들에게 미리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예언 속에 제자들의 핍박과 죽음이 그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구체적인 표현으로 등장합니다. 아마도 사울은 자신이 죽는 그 날까지 이러한 핍박과 살인 행위를 하나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는 경건과 순종의 활동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사울은 비느하스의 열심(민25:8-11)과 예후의 열심(왕하10:16-17)으로 기독교 핍박에 앞장섰습니다.

3절에 박해자 사울이 다메섹에 가까이 오고 있을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그를 둘러 비추었다고 말합니다.

다메섹이란 지금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커스의 히브리식 발음입니다. 본래는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아람의 수도였지만 주전 732년 앗수르 제국에 의해 멸망당했다가, 주전 64년부터는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다메섹은 예루살렘으로부터 240Km나 떨어져 있었지만, 오래 전 아브라함 때부터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어온 까닭에 많은 유대인들이 그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로마의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주후 66년 네로 황제의 대 박해 시에 다메섹에서 학살당한 유대인의 숫자만 1만5백 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30여 년 전인 본문의 시기에도 상당히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해자 사울이 이 먼 도시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사도행전 8장 1절이 밝힌 바, 스데반의 순교로 촉발된 대 핍박으로 인해 예루살렘으로부터 유대와 사마리아와 모든 땅으로 흩어진 사람들 중에 다메섹을 행선지로 삼은 그리스도인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그들을 색출하여 예루살렘으로 연행해오기 위해 자진하여 대제사장의 공인을 받은 뒤, 일행을 거느리고 다메섹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하늘로부터 빛이 비추었고, 또 소리가 들렸습니다.

“ 홀연히 하늘로서 빛이 저를 둘러 비추는지라 땅에 엎드러져 들으매 소리 있어 가라사대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3,4절)

자신을 사로잡은 빛으로 인해 땅에 고꾸라진 사울의 귀에 불현듯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사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 음성이 이어졌습니다.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여러분! 땅에 고꾸라져 있는 사울은 그것이 누구의 음성인지, 자신이 도대체 누구를 핍박했다는 말인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사울은 그저 땅에 엎드린 채, 그 미지의 음성을 향해 반문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답하되 주여 뉘시오니이까?”, “가라사대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5절).

누구시냐?는 사울의 질문에 대해 빛으로 임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이 곧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친히 밝히셨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단순히 '나는 예수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 밝히셨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계시는 동안 사울은 예수님을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예수님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핍박한다'는 동사 'dioko'는 일회적인 행동이 아니라, 따라다니면서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 살아 생전 사울이 예수님을 만난 적조차 없었으니, 사울이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핍박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지금 사울에게 예수님을 한두 번 정도가 아니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핍박하고 있노라 말씀하셨으니 사울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던 그분이 지금 살아 계시어 자기에게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핍박한 것이 곧 삼위일체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핍박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여러분! 분명히 사울은 예수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사울이 직접 예수님을 핍박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는 예수님을 그리스도 곧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믿는 사람들을 핍박했을 뿐입니다. 그들의 믿음이 자신의 믿음과는 다름으로 인함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을 찾아다니며 끈질기게 핍박했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차없이 색출하여 투옥시키는 일에 열심을 다해 앞장을 섰습니다. 그날도 예루살렘에서 240Km나 떨어진 다메섹에 은신해 있는 그리스도인을 색출해내기 위해 길을 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처럼 사울은 사람을 핍박했을망정 삼위일체 하나님이신 주님을 핍박한 적은, 적어도 그 자신의 기준으로는 절대로 없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로 자처하고 있었고, 그것은 곧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지금 사울에게 이르시길,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고 말씀하십니다. 사울이 핍박했던 사람들을 주님 당신과 동일시하고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이신 주님께서 그의 몸인 교회, 즉 회중과 동일시 하시고 계십니다. 교회에게 한 것이 곧 당신께 한 일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사울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그 순간 그의 눈이 멀고 사흘 동안이나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인간의 삶은, 사람에 대한 나의 행위가 곧 하나님에 대한 행위로 귀결된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부터 그 참된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때에만 하나님을 향한 나의 신앙이 왜곡되지 않을 수 있고, 신앙인으로서 사람을 향한 나의 행위가 그릇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행하는 나의 모든 행동이 실은 하나님을 향한 나의 행동으로 귀결됩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는 것은 하나님께 선을 행하는 것이오, 반대로 사람에게 악을 행하는 것은 곧 하나님께 악을 행하는 결과가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나의 삶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당신을 동일시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마10:40절입니다. “너희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오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

여러분! 이 말씀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주님, 그리고 성부 하나님을 동일시 하시고 계십니다. 또 마 25:40절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지극히 작은자'를 가리키는 단어 ‘elakistos’는 연령이나 체중이 작다는 말이 아니라, 존엄성이나 인격 혹은 품성 면에서 모자라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를테면 인간 중에서 가장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수준 미달의 인간을 의미합니다. 주님께서는 그처럼 하찮은 인간들과 당신을 동일시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는, 바울이 핍박했던 모든 남녀노소 그리스도인들과 당신을 동일시 하셨습니다. 따라서 내가 삶의 현장에서 누구를 만나든, 그가 나에게 해주기 원하는 바를 내가 그에게 먼저 행하는 것이 성경의 본뜻이요 핵심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바르고 참된 믿음의 삶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눈을 들어 여러분의 주위를 보십시오. 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지체들을, 또 여러분의 일상의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말입니다. 여러분이 만나는 그와 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그와 나는 하나의 실체입니다. 지금 내가 외면하고 싶은 바로 그 사람이 말입니다. 내가 함부로 대하고 있는 그 사람이 말입니다. 나의 아버지 되신 하나님께서 바로 그의 아버지이시기도 하십니다. 그렇기에 한 분이신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그와 나는 구별될 수가 없습니다. 바로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나를 존중하는 것이오, 그를 사랑하는 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지식이오, 이것을 행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단 한번도 직접 뵌 적이 없었던 사울에게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고 물으셨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마25:45).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10:42).

여러분! 사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갑자기 태풍을 만났습니다. 진리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그 순간 사울은 땅에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눈이 멀고 식음도 전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의 인생이 뿌리 채 뽑혀져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사울의 인생이 그처럼 뿌리 채 뽑혀 고꾸라진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적자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생명에 뿌리 박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뿌리 뽑힌 사울의 인생에 대 반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울의 인생에 개입하신 것입니다. 사울의 생의 끝이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어둠 가운데 빛 있으라 하신 창조의 하나님께서 지금 죽은 자, 사울에게 새 생명을 주입해 주시기 위해 영광의 빛으로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 6절은 다음과 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네가 일어나 성으로 들어가라 행할 것을 네게 이를 자가 있느니라 하시니라”. 후에 사울은 아나니아를 통해 안수 받은 후 눈애 비늘이 떼어져 다시 보게됩니다. 성령으로 충만해져 사도의 직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여러분! 사울은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본문에는 구체적 시간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행26:13에는 정오 때라고 명시합니다. 한 낮의 태양보다 더 찬란하고 빛난 영광의 광채로 주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사울에게 비추이신 것입니다. 그 빛 속에서 세상의 빛이 참 빛이 아님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 빛 속에서, 이제껏 세상의 빛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모든 삶이 허구와 거짓임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본문 8절-9절은 그 이후의 일을 이렇게 증거해주고 있습니다. “사울이 땅에서 일어나 눈은 떴으나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사람의 손에 끌려 다메섹으로 들어가서 사흘 동안을 보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하니라”.

빛이신 주님을 만난 사울은 사흘 동안이나 세상을 보지 못했고, 아무 것도 먹지도, 심지어는 먹지도 않았습니다. 빛이신 주님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세상의 빛만을 빛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이란 더 이상 쳐다볼 가치도 없었고, 그런 삶을 위해서라면 먹고 마셔야할 의미 또한 있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사흘이야말로 이 이후로 오직 진리이신 주님의 빛 속에서만 살아가려는, 전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진통의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그는 이 빛 속에서 위대한 사도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다메섹으로 들어가라는 주님의 명령을 좇아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눈이 멀어버린 그는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서야 비로소 다메섹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본문 3절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울이 행하여 다메섹에 가까이 가더니”(3절).

다메섹으로 들어가라는 주님의 명령이 있기 이전부터 다메섹은 이미 사울의 행선지였습니다. 3절에서도 사울은 다메섹을 향했고, 8절에서도 다메섹으로 나아갔습니다. 다시 말해 진리의 빛이신 예수님으로 그의 인생이 꺾어진 이전이나 이후나 그의 행선지가 다메섹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행선지가 동일하다고 해서, 그 행보의 의미마저 동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두 행보의 의미는 이제 정반대였습니다.

이전에 사울은 스스로 다메섹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지금은 사람의 손에 끌려, 아니 그 배후에 계시는 주님의 손에 끌려 나아갑니다. 예전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진리를 짓밟기 위해 그곳으로 나아갔습니다. 지금은 진리이신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기 위함입니다. 예전엔 자신이 인생의 주체가 되어 죽음의 씨와 열매를 뿌리고 거두기 위해 나아갔습니다. 지금은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주님의 생명에 자신을 뿌리내리기 위해 나아갑니다.

더욱이 본문 7절이 이렇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같이 가던 사람들은 소리만 듣고 아무도 보지 못하여 말을 못하고 섰더라”.

사랑하는 여러분! 사울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접붙여져지던 그 순간, 그 역사적인 현장에는 사울 홀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분명 사울의 일행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울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사울에게만 구원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사울보다 더 악한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던 그 일행의 괴수는 도리어 사울이었습니다. 악하기로 따진다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사울이 우두머리였습니다. 그런데도 괴수 중의 괴수였던 사울 한 사람만 그 날 새 생명에 접붙임을 입었습니다. 그것은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오직 불가사의한 섭리였습니다. 그 신비한 주님의 섭리 앞에서 사울이 과연 무엇을 본다 할 수 있으며, 무엇을 안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예전엔 자신을 과신하며 교만의 눈을 부릅뜨고 다메섹을 향했지만, 지금은 두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낮고 낮은 겸손한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예전엔 자신의 뜻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오직 주님의 뜻을 위해서입니다.

본문 3절에서도 사울은 다메섹을 향했고 8절에서도 다메섹이 행선지였지만, 그러나 그 동기와 의미 그리고 목적은 이처럼 달랐습니다.

우리 역시 모두 다메섹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드는, 겉으로 보면 늘 같은 삶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광의 주님을 만난 ‘전도자’ 사울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모습은 본문 3절의 사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무가치한 삶을 반복하다가, 순식간에 뿌리 채 뽑혀 나자빠져버린 사울처럼 말입니다.

주님은 더 이상 우리가 어둠에 매이지 않도록, 창조의 빛보다 더 영광스러운 영광의 빛으로 당신을 계시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참여한 나라, 우리가 기업으로 소유한 나라가 썩지 않고 쇠하지 않는 영광의 나라임을 알려주셨습니다. 날마다의 일상에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된 반복의 일상이 무료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새로워졌고 주님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예전과 똑같이 다메섹을 향하고 있으나, 실은 새 생명에 뿌리를 박고 진리를 따라 걷는 사울 같이 말입니다. 사울의 삶의 의미가 이처럼 새로워진 그 변화의 한 가운데는 주님께서 자리잡고 계셨습니다. 한 손으로는 꺾으시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새롭게 살리시는 예수 그리스도 말입니다.

사울을 개종시키시고 이방의 빛으로 복음 전도자의 길로 위대한 소명을 주신 주님께서 저와 여러분의 삶에도 개입하셨습니다. 스스로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로 인해 때로는 좌절하고 낙심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으로 우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된 자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영으로 회복된 자들입니다. 성령의 능력과 함께 일상의 삶의 공간인 ‘다메섹’으로 가는 자들입니다. 복음의 약속과 함께 살아가는 복된 회중입니다. 주님의 은혜로 삶의 작은 자리에서도 기뻐하며 주님의 듯 이루는 일에 힘썹시다. 지극히 작은 소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대하여 한 것이라 하시면서 주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 하십니다. 복음 그 신령한 은혜에 완전히 매여 주의 길 행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작은 사랑의 순종부터 시작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