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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신조에 대한 비평적 고찰
한국장로교회에서 채택한 12신조는 인도장로교회의 12신조에서 그 서문을 크게 수정했는데, 수정된 서문은 다음과 같다. The Presbyterian Church of Korea, adopting the following as its Confession of Faith, to be subscribed by ministers, licentiates, elders and deacons, does not thereby reject the doctrinal standards of the parent churches, which established the Church in Korea, but, on the contrary, it commends them especially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and the Larger and Shorter Catechisms --as worthy exponents of the Word of God, and as systems of doctrine to be taught in our Churches and Seminaries; and adopts as the catechism of the Church, the Westminster Shorter Catechism. 12신조 원문 The Presbyterian Church in India, adopting the following as its Confession of Faith, to be subscribed by ministers, licentiates, elders and deacons, does not thereby reject the doctrinal standards of the parent churches, which established the Church in India, but, on the contrary, it commends them especially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the Welsh Calvinistic Confession of Faith, and the Confession and Canons of the Synod of Dort -as worthy exponents of the Word of God, and as systems of doctrine to be taught in our Churches and Seminaries. 인도장로교회 12신조의 원문과 한국장로교회의 수정된 원문과의 비교에서 드러나는 첫 번째 사실은 당시의 장로교 선교사들이 12신조 원문에 반영되어 있는 구미 개혁신학의 다양성을 삭제해 버렸다는 점이다. 원문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뿐만 아니라 웨일즈 칼빈주의 신앙고백(the Welsh Calvinistic Confession of Faith), 도르트 회의 신앙고백 및 표준서(the Confession and Canons of the Synod of Dort)를 분명히 명기하고 있다. 재한 장로교 선교사들이 이와 같은 개혁신학의 신학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웨스트민스트 신앙고백만을 인정했던 것은 향후 한국장로교회로 하여금 개혁신학의 협소화로 가는 길을 열게 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두 서문의 비교에서 드러나는 두 번째 사실은 한국장로교회 12신조의 서문에서는 웨스트민스트 신조 및 대•소 요리문답이 너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이 다른 신조들이 배제된 채 독점적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용어를 “웨스트민스터 신경과 성경요리문답 대소책자”로 번역, 명기하고 있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영문판 서문에 제시된 “the Larger and Shorter Catechisms”을 “성경요리문답”으로 번역함으로써, 당시 이것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이 절대적 권위를 가진 것으로 제시됨으로 그들이 암암리에 절대화된 경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주목해야 할 사실은 원문의 서문에 한국장로교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웨일즈 칼빈주의 감리교회의 “웨일즈 칼빈주의 신앙고백”(the Welsh Calvinistic Confession of Faith)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1823년에 작성된 이 신앙고백은 칼빈주의에 웨슬리 신학의 요소(믿음의 수용 및 성장에 있어서 알미니우스주의적이며 웨슬리주의적 요소를 강조하는)를 가미시킨 매우 흥미로운 신앙고백이다. 이 신앙고백은 제22조 “복음의 부름에 대하여”(Of the Call of the Gospel) 그리고 제26조 “중생에 대하여”(Of Regeneration) 등에서 구원 단계(ordo salutis)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12신조의 제8조 및 제9조에 잘 반영되어 있다. 12신조는 gks편으로는 하나님의 주권적 구원사역을 강조하는 전통적 칼빈주의도 제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자는 [누구나] 구원된다”(제9조, “•••Those who believe in Christ and obey Him are saved,•••))라는 식의 웨슬리주의적 요소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곽안련 선교사는 12신조가 웨스트민스트 신앙고백처럼 압도적으로 칼빈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웨슬리주의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에 “현시대 형편에도 적당하고 성경에도 적합하므로” 최고의 신경이요 “귀한 보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곽안련은 또한 12신조가 칼빈주의 및 웨슬리주의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데서 한국에서의 소위 장•감 연합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아무튼 웨슬리주의를 내포한 “the Welsh Calvinistic Confession of Faith”가 원문의 서문에 명기되어 있다는 것은 12신조의 원작자들의 개혁신학의 스펙트럼이 매우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런 다양성은 한국에서 12신조의 서문이 수정되는 과정에, 그리고 이 신조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아온 과정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한 세기 동안 12신조는 우리의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을 잘 반영하는 훌륭한 역할을 해 온 신조임에 틀림없다. 곽안련은 이 12신조가 저 유명한 일곱 신경(사도신경, 니케아신경, 아타나시우스신경, 스위스신경, 도르트신조,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39개조 신조)보다 간단하고 명백하여 만국장로회 신경 중에 가장 좋은 것이며 낫다고 하여 그 우수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감리교와의 연합에 있어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보다 12신조가 장점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곽안련, 1919, pp.76-82). 이것은 장로교와 감리교의 연합모임에서 12신조가 유리하다는 감리교 선교사들에 의해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12신조의 각 조에 표현된 신앙 및 신학적 내용 속에는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개혁주의적 장로교의 전통과는 간격이 있는 몇 가지를 함축하고 있어 향후 우리의 신학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이를 분명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1) 12신조에는 개혁주의적 신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정론의 이중 예정론과 제한속죄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12신조는 다만 하나님의 예정과 믿으면 구원 얻는다는 말씀을 조화시키고 있다. 김영재는 이것에 대해서 “이것은 종교개혁 시대의 신앙고백과도 같거니와, 선교지를 위하여 적절한 진술이다.”고 하였다. 그러나 개혁주의 신앙을 주창한 칼빈이나 개혁주의 신조인 도르트 신조와 웨스트민스터 신조는 분명이 이중예정과 제한속죄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다. 선교사들을 통하여 이렇게 이중예정교리가 들어있지 않는 12신조를 채택하게 된 것은 그 당시의 미국교회와 그 영향을 받은 선교사들의 신앙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북장로교회는 1903년에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다시금 수정하여 채택하면서, 제 3장 “예정에 관하여”에서 이중예정이 없는 내용으로 수정을 하였다. 미국장로교회가 이와 같이 하나님의 예정에 관하여 극단적인 이론을 수정하여 이해하도록 촉구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로 설명을 할 수 있겠으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18세기에서부터 일어난 부흥운동에 미온적이거나 냉담한 태도를 취한 교회가 주로 장로교회 였다는 점을 반성한 데서 였다. 18세기 중엽에는 장로교 안에 장로교 신학에 철저하면서 부흥운동에 냉담한 구파(old side)와 그 운동에 호의적인 신파(new side)로 분열하는 역사도 있었으나 19세기에 와서는 장로교회가 부흥운동과 선교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예정의 교리보다는 회개와 결단과 믿음을 강조하는 복음주의 노선의 교파들과 협력하며 교류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2) 성경이 성령의 영감으로 씌어졌다는 진술이 없다. 12신조 제 1조에서 성경에 관하여 말하는 것은 개혁주의 전통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형식을 따른 것이기는 하나, 성경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팽배한 시대와 환경에서 성경의 진리를 간단한 한 문장으로 진술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여기에는 성경이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어졌다는 고백이 없다. 성령의 영감에 대한 고백은 성경의 권위를 손상하는 자유주의적인 견해에 대해서는 물론 성령의 은사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성령파에 대하여서도 성경의 진리를 변증하는 데 필요한 고백이다. 보수측 장로교회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백이기 때문에 12신조에는 그것이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 교회에 대한 고백이 없다. 제 10조에서 성례에 관하여 비교적 길게 말하고, 제 11조에서 성도의 교제와 경건 생활에 관하여 아무 말이 없는 것은 짜임새로 보나 내용의 결여를 보아서 잘못된 것이라고 하겠다. 개혁신학의 중요 표지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3중 직분론과 교회의 3대표지 등을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교회에 관한 고백은 사도신경에서도 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교리에 속하는 것이다. 12신조가 교회 현장에서 실제로 늘 참고 되는 신조였다면 장로교회의 교회관에 큰 손상을 준 장본인이 바로 12신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제9조에서 ‘보편구원론적인 표현’(“그리스도를 믿고 순종하는 자는 [누구든지] 구원받는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웨슬리주의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중요한 신학적 문제임으로 수정이 필요하다. 5) 성만찬론에 있어서도 칼빈주의적 영적 임재설이 아니라 기념설(웨일즈 칼빈주의 감리교회 신앙고백 제39조에 따름)을 따르고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시 인도에 있던 서구의 장로교 선교사들은 칼빈신학의 전통에 서 있던 목회자들로서 왜 웨슬리주의적 믿음의 개념을 강조했는가? 이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선교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웨스트민스터 신조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은 장로교 신학은 하나님의 주권사역을 강조하기에, 믿음을 의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결단을 요구해야 하는 선교 현장에서는 의지적 믿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서 의지적 성화생활을 강조하게 된 것(제11조)이 아닐까 생각된다. 12신조에 대하여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교사들이 그들의 본국 교회의 신앙고백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한국 장로교회와 신학교에서 가르칠 것으로 인정하겠끔 했으나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채택하도록 하지 않은 것은 선교지의 문화적인 상황을 감안하고 선교지 교회의 신앙적인 자율성을 배려한데서 온 것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초창기 선교사들은 신학적 정체성보다는 장로교연합을 더 중시한 것 같다. 그래서 장.감연합을 염두해 두고 본 국의 신앙고백보다 좀 더 스펙트럼을 넓고 양교단(장.감)을 포용할 수 있는 12신조를 선택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것은 에큐메니칼(교회연합) 입장에서는 지지되는 것이나 장로교의 신앙적, 신학적 정체성 입장에서 본다면 다분히 혼합주의로 나아간다고 볼 수 있다. 순수한 개혁신학을 올바르게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신학적으로 나약하고 신앙이 세속화되어 가는 근원적인 이유도 정통적인 개혁주의와 장로교 신앙고백이 없이 30년 이상 보낸 것이 주요한 이유로도 말해진다. 그리고 신앙고백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교회에서 신앙고백서나 신조의 가르침도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시절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을 채택하고 그 바탕 하에 시대적, 문화적 요소를 신중히 생각하여 전체 합의 가운데 적절한 수정을 가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참고자료 : 서현교회 박순오목사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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